민족시인 신동엽 21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0 장

가을이다하늘에는흰  구름이  두  송이열차  속  사귄  손님처럼속삭이며  동쪽으로흘러가고  있었다. 북한산  골짝머루,도토리,  다래,개암,열매  터지는  소리......버섯,억새,  통통  여문  벌레소리. 하늬는가을  산을헤매고  있었다.허리엔두  켤레의  짚신그리고  괴나리봇짐. 수건을  꺼내어이마의  땀을  닦았다.그런데  웬일일까. 여인,단풍  물든  자작나무  가지를  헤치며옷보자기  끼고산  속에  나타난  궁녀. 맑은  하늘  밑물건  없는  산  속을수놓은하늘거리는  짐승.땅의  끝에서땅의  끝으로피란길  떠나는행색이었을까. 지친  이마,쏟아진  어깨, 하늬를  보고도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때까치가머리  위  울었다.이  산에서저  산으로  날리는붉은  단풍잎은날짐승인가,전설인가, ..

명품수집 2024.10.15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9 장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네  마음  속의  구름. 아침  저녁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을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발걸음도  조심.마음  아모리며, 서럽게,아  엄숙한  세상을서럽게,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불쌍할  뿐이었다.눈으로  보고도,석양,읍에서마을로  들어오는  고갯길에서하늬는  기다리고  있었다. 향나무가  두  그루  미루나무가  하나무덤이  밭  가운데  있었다. 스물다섯에  만..

명품수집 2024.10.06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8 장

하늬는한쪽  발을  조금절었다. 세  살  때김진사가  마당에내  던졌었다.대문  여닫는  소리박쪽  굴러다니는  소리검불이  이리저리  날리고 먼  마을에서대감집  닭이  세월도  없이길게  울  때, 이런  땐틀림없이  나무뿌리소나무껍질,  일찍  나온  냉이쑥뿌리  찾는  굶주린  행렬들이산과  들판시래기처럼  하이얗게널리고, 누구네집  재를  내는머슴은대왕펄  보리밭에서부옇게  재  뒤집어쓰고재채기에  쳇머리  흔들고  있으리라. 그렇지또  있다.갈대꽃  날리는  강언덕옷보자기  낀  아낙네가치맛자락  날리며,지금도  나룻배기다리고  있겠지,맞바우. 하늬는,김진사네집  머슴돌쇠가  주워다  기르고  있었다. 세  살짜리는날마다배가  고팠다,아랫목에  묻어  둔콩강개도  없이. 그날은김진사집에서울 ..

명품수집 2024.10.03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7 장

여행을  떠나듯우리들은  인생을  떠난다.이미  끝난  것은아무렇지도  않다. 지금,이  시간의  물결  위잠  못들어뒤채이고  있는병  앓고  있는  사람들의그  아픔만이절대(絶大)한  거. 굶주려본  사람은  알리라,하루  이틀도  아니고한  해  두  해도  아니고철들면서부터그  지루한30년,  50년을굶주려본  사람은알리라. 굶주린  아들  딸애들의그,  흰  죽사발  같은눈동자를,죄지은  사람처럼기껏  속으로나  눈물  흘리며바라본  적이  있은사람은  알리라. 뼈를,깎아  먹일  수  있다면천  개의  뼈라도  깎아  먹여주고싶은,그  아픔을맛본  사람은  알리라. 이미  끝낸  사람은행복한  사람이어라,이미  죽은  사람은행복한  사람이어라.

명품수집 2024.09.29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5 장

진달래,지금도  파면,  백제  때  기왓장나오는  부여  군수리농삿군의  딸이  살고  있었다.松花가루  따러금성산  올랐다내려오는  길바위  사이  피어  있는  진달래한  송이  꺾어다가좋아하는  사내  병석  머리맡生花  해  줬지. 다음  담  날그녀는  진달래,화병에서  뽑아,  다시금성산  기슭양지쪽에  곱게  묻어줬다. 百濟,천오백년,  별로오랜  세월이아니다 우리  할아버지가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듯몇  번  안가서백제는우리  엊그제,  그끄제에있다. 진달래,부소산  낙화암이끼  묻은  바위서리  핀진달래,너의  얼굴에서사랑을  읽었다.숨결을  들었다,손길을  만졌다,어제  진백제  때  꽃구름비단  치맛폭  끄을던그  봄하늘의바람소리여. 마한  땅,부리달이라는  사나이가우는  아들  다..

명품수집 2024.09.25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4 장

水雲은王命으로  체포되어대구  감영  속  감금되었다가,1864년  3월  10일대구  노들벌에서  殉敎했다. 海月이  옥리를  매수하여수운을  탈옥시키려고,옥  안에  들어섰을  때,  수운은담뱃대  하나  해월에게  쥐어주며빨리  돌아가라  할  뿐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주막집,등잔불  아래  마주앉은문경  접주  李弼,  제2세  동학교주  해월, 先師에게서  받은  담뱃대를  쪼개니종이  심지.종이  심지를  펴보니깨알  같은  붓글씨,           그대  마음이  곧  내  마음이어라          우리의  죽음은  오히려  지붕  떠받드는          기둥으로  영원한  것.           나는  고이  하늘의  뜻에  따르려노니          그대는  내일  위해  어서 ..

명품수집 2024.09.21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3 장

어느  해여름  금강변을  소요하다나는  하늘을  봤다. 빛나는  눈동자너의  눈은밤  깊은  얼굴  앞에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나는  아직잊을  수가  없다. 검은  바람은앞서  간  사람들의쓸쓸한  혼을갈갈이  찢어꽃  풀무  치어  오고 파도는,너의  얼굴  위에너의  어깨  위에,  그리고  너의  가슴  위에마냥  쏟아지고  있었다. 너는  말이  없고,귀가  없고,  봄도  없이다만  억천만  쏟아지는  폭동을  헤치며고고히눈을  뜨고걸어가고  있었다.그  빛나는  눈을나는  아직잊을  수가  없다. 그  어두운  밤너의  눈은세기의  대합실  속서빛나고  있었다. 빌딩마다  폭우가몰아쳐  덜컹거리고너를  알아보는  사람은당세에  하나도  없었다. 그  아름다운,빛나는  눈을나는 ..

명품수집 2024.09.18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2 장

짚신  신고수운은,  3천리걸었다. 1824년경상도  땅에서  나열여섯  때   부모  여의고떠난  고향. 수도  길터지는  입술갈라지는  발바닥헤어진  무릎. 20년을  걸으면서,수운은  보았다.팔도강산  딩군  굶주림학대,질병,양반에게  소처럼  끌려다니는  농노.학정뼈만  앙상한  이왕가의  석양. 2천년  전불비  쏟아지는  이스라엘  땅에선선지자  하나이  나타나여문  과일  한가운델왜  못박히었을까. 3천년  전히말라야  기슭보리수나무  투명한 잎사귀  그늘  아래에선너무  일찍  핀인류화  한  송이가서러워하고  있었다. 1860년  4월  5일기름  흐르는  신록의  감나무  그늘  아래서수운은,하늘을  봤다.바위  찍은  감격,  영원의빛나는  하늘.

명품수집 2024.09.17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1장

반도는,가는  곳마다가뭄과  굶주림,땅이  갈라지고  서당이  금갔다.하늘과  땅을후비는  흙먼지. 1862년전봉준이  여덟살  되던  해경상도  진주에서큰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세금,이불채  부엌세간  초가집다  팔아도  감당할  수  없는세미,  군포,마을  사람들은  지리산  속  들어가화전민  됐지. 관리들은  버릇처럼  또도망간  사람들  몫까지이징,  족징했다.총칼  앞세운  진주병사백낙신. 3천의농민들이  대창  들고  관청에  몰려와병사  내쫓고  아전  죽이고노비문서  불살라버렸다. 정부는  병사를  잡아더  좋은  기름고을  벼슬을  주고,다음해,  윷놀이가  한창인  정월  대보름날진주농민  마흔일곱  명을  묶어교수했다. 1871년경상도  문경에서농민군  2천  명이동학교도  이..

명품수집 2024.09.16

신동엽 서사시 금강2

우리들은  하늘을  봤다1960년  4월역사를  짓눌던,  검은  구름장을  찢고영원의  얼굴을  보았다. 잠깐  빛났던,당신의  얼굴은우리들의  깊은가슴이었다. 하늘  물  한아름  떠다,1919년  우리는우리  얼굴  닦아놓았다. 1894년  쯤엔,돌에도  나무등걸에도당신의  얼굴은  전체가  하늘이었다. 하늘,잠깐  빛났던  당신은  금새  가리워졌지만꽃들은  해마다강산을  채웠다. 태양과  추수와  연애와  노동 동해원색의  모래밭사기  굽던  천축  뒷길방학이면  등산모  쓰고절름거리며  찾아나섰다. 없었다.바깥세상엔없었다 잠깐  빛났던당신의  얼굴은영원의  하늘,끝나지  않는우리들의  깊은가슴이었다.

명품수집 202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