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 금강 18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9 장

금마.하늬는  전우들과  작별부여로  가는  길마한,  백제의  꽃밭금마를  찾았다. 언제였던가가을걷이  손  털고재작년  늦가을진아는  하늬의  손가락  끼어미륵사탑  아래그림으로서  있었지, 그날은저  탑날개이끼  위꽃잠자리가앉아  있었다, 7세기  초백제인들  슬기로  건축8세기  초낙뢰로  반파,거대한  8층탑은半空에  그  부러진한쪽의  어깨.진아의  아름다움에홀려,  마을  사람들은떠날  줄  몰랐었다, 동지섣달이면진아의  분신이세상에  나온다, 아들?딸? 남남  북녀,북남  남녀,먼  지방  사람끼리  만나면우생학상  좋은2세를  낳는다. 그래서  우리조상들은가족  근친혼마을  혼인꺼려  왔고, 눈이  가는  여잔눈이  사슴  같은  사내, 입술이  얇은  사낸입술이  넓고  두터운  여자,..

명품수집 2025.03.23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8 장

미움의  난간을  끼고조심  조심열두  굽이  돌아도연민은  끝나지  않는다, 백  권  천  권의  책을  뒤져도우리들의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헤매도,  헤쳐도,두들겨도,  찢어도,그래도  남는다, 연민, 누가  누구를  구제할  수  있단  말인가막막한  수렁  속에  돋아난  버러지,버러지의  기다림이불쌍하게만  여겨짐이여, 사랑은  끝나도연민은  남는다, 미움은  끝나도연민은  남는다,속리산  운장대  위  올라은실  깉은  낙동강  줄기  보았는가,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보았는가노고단  상상봉에서  활개  펴고그  꽃밭그  하늘  보았는가, 금강산  비로봉밤하늘의,  사발덩이  같은  물먹은  별마셔보았는가그  밤하늘  마셔보았는가, 백두의  천지가에  서본  일이  있는가전신이  터지게..

명품수집 2025.03.20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6 장

"세상의    어지러움은,  그  까닭이    외부에만  있는  거,  아닙니다,    손짓  발짓은  흘러가는  물거품    우리의  내부가  더  문제입니다,    알맹이가,    속살이,    씨알이  싱싱하면   신진대사에  의해   외형은  변질됩니다.    외부로부터   다스려  들어오려  하지  말고   우리들의  내부에   불을  지릅시다." 태인  최경선집의  사랑채,충청도에서  달려  온하늬의  말이었다,봉준은  고개를 저었다,    "요원한  이야기요,    물론  옳은  생각이긴  하지만,     석가  죽은지  이미  3천년    노자  죽은지  이미  2천수백년     그분들은  하늘을  보았지만    그분들만  보았을  뿐     30억의  창생은    아직도  하늘을 보지  ..

명품수집 2024.12.08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5 장

날이  갈수록세상  인심은스산했다. 노른자와  흰자가암탉  품  속에서스무하루를  지내면병아리가  되어껍질을  깨고귀염  떨며  나온다. 한갓,  노른자와  흰자이던액체가  자기  생명을  의식하고다숩게  조직하며,기구하며,내일을  주장하기  시작했을  때달걀  속의  세상은평화가  깨지고불안  초조해진다. 내부의살의성장에밀려나깨어지는  달걀  껍질은내부의병아리새낄저주하리라,반역자,  라고. 자각된  농민들의성장으로달걀  껍질은균열되기  시작한걸까. 어찌됐거나세상  인심은날이  갈수록수런거렸다. 눈  녹이  바람이  마을  저  마을들썩여놓고  다닐  때,얼어붙었던대지의  껍질도나무의  껍질도우리의  피부나마음의  껍질도싱숭생숭해지듯, 봉건사회의마음은걷잡을  수  없이동요되기  시작했다. 대구   팔공산..

명품수집 2024.12.01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4 장

1892년해월은 전국  교도에게호소문을  보냈다, 11월  1일매서운  북풍  속서호남평야  삼례역3천  군중이  모였다, 제1차  신원  시위운동보리밭  속서충청,  전라,  양  관찰사에게호소문을  보냈다,   "동학을  허하여  주옵서,    지금  각지방에서는  군수로부터   서리  군교,  간사한  토호  양반에   이르기까지  아침저녁으로   우리  죄없는  농민들의  가산   탈취하며,  살상  구타  능욕을   일삼고  있으니,    이는  오직  정부가  우리  동학을   사학시(邪學視)하여  제 1 세  교주  수운선생을   참수한  데에  비롯되나니   억울하게  순교한  수운선생의   원을  이제라도  풀어주옵소서.    우리의  도가  척양척왜,  광제창생,  보국안민,   사인여..

명품수집 2024.11.28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3 장

쑥  냄새  풍기는,해월  묵고  있는초가집엔  하루에도수십명씩,멀린  황해도,  평안도에서까지농삿군  敎徒들이괴나리봇짐  얽메고드나들었다. 비록  굶주리고헐벗은  행색들일망정,눈동자마다에선  광채가  빛나고,멀리서  온  동지들을  만나서로  주먹  싸  쥐며,  눈물로반가와하고, 왕가의  기둥뿌리가  썩었음을,세상은  말세임을,양반이  각지에서  마지막  발악하고  있음을,서울장안,  부산항군, 이미왜국상인,  왜국간판에게  아랫배까지  내주기  시작했음을개탄했다. 한  달을  묵으면서각지의  농민  지도자들과  사귄전봉준은  자기가외롭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합천  해인사경주  토함산,  마산,  진주  촉석루여수,  순천,  화엄사를  거쳐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봉준은  그해..

명품수집 2024.11.20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1 장

도망나오는  길이예요눈독들이는  그  늙은이들의입김이  싫어  못  배기겠어요. 추석이  지나니  고향  생각도  나고.아버지  장사지내러  왔었어요,제  고향은  황해도  해주. 경복궁  개축공사  부역일에아버지가  끌려왔었어요, 육십  넘은  아버지.등짐하다  바위  밑  깔려객사하셨대요, 한강가제  손으로  묻어  드렸어요.돌아가는  길  어느  노파에  끌려궁으로  들어갔죠.> 당신의  이마엔.언제부터  그  하늘의  그늘생겼는지  기억하세요?> 선생님  말씀해  주세요,제가어디서  와서어디로  가는가------. 제  성이  도장인자예요.이름은  진아.> 삼청동  객삿집에  묵으면서꿈을  꿨소. 나라  위  자욱히안개가  덮여  있더군,고구려성의  왕관을  주웠어요.휘황찬란한. 금강산에서  내려..

명품수집 2024.10.20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0 장

가을이다하늘에는흰  구름이  두  송이열차  속  사귄  손님처럼속삭이며  동쪽으로흘러가고  있었다. 북한산  골짝머루,도토리,  다래,개암,열매  터지는  소리......버섯,억새,  통통  여문  벌레소리. 하늬는가을  산을헤매고  있었다.허리엔두  켤레의  짚신그리고  괴나리봇짐. 수건을  꺼내어이마의  땀을  닦았다.그런데  웬일일까. 여인,단풍  물든  자작나무  가지를  헤치며옷보자기  끼고산  속에  나타난  궁녀. 맑은  하늘  밑물건  없는  산  속을수놓은하늘거리는  짐승.땅의  끝에서땅의  끝으로피란길  떠나는행색이었을까. 지친  이마,쏟아진  어깨, 하늬를  보고도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때까치가머리  위  울었다.이  산에서저  산으로  날리는붉은  단풍잎은날짐승인가,전설인가, ..

명품수집 2024.10.15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9 장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네  마음  속의  구름. 아침  저녁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을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발걸음도  조심.마음  아모리며, 서럽게,아  엄숙한  세상을서럽게,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불쌍할  뿐이었다.눈으로  보고도,석양,읍에서마을로  들어오는  고갯길에서하늬는  기다리고  있었다. 향나무가  두  그루  미루나무가  하나무덤이  밭  가운데  있었다. 스물다섯에  만..

명품수집 2024.10.06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8 장

하늬는한쪽  발을  조금절었다. 세  살  때김진사가  마당에내  던졌었다.대문  여닫는  소리박쪽  굴러다니는  소리검불이  이리저리  날리고 먼  마을에서대감집  닭이  세월도  없이길게  울  때, 이런  땐틀림없이  나무뿌리소나무껍질,  일찍  나온  냉이쑥뿌리  찾는  굶주린  행렬들이산과  들판시래기처럼  하이얗게널리고, 누구네집  재를  내는머슴은대왕펄  보리밭에서부옇게  재  뒤집어쓰고재채기에  쳇머리  흔들고  있으리라. 그렇지또  있다.갈대꽃  날리는  강언덕옷보자기  낀  아낙네가치맛자락  날리며,지금도  나룻배기다리고  있겠지,맞바우. 하늬는,김진사네집  머슴돌쇠가  주워다  기르고  있었다. 세  살짜리는날마다배가  고팠다,아랫목에  묻어  둔콩강개도  없이. 그날은김진사집에서울 ..

명품수집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