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신동엽문학관 12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6 장

"세상의    어지러움은,  그  까닭이    외부에만  있는  거,  아닙니다,    손짓  발짓은  흘러가는  물거품    우리의  내부가  더  문제입니다,    알맹이가,    속살이,    씨알이  싱싱하면   신진대사에  의해   외형은  변질됩니다.    외부로부터   다스려  들어오려  하지  말고   우리들의  내부에   불을  지릅시다." 태인  최경선집의  사랑채,충청도에서  달려  온하늬의  말이었다,봉준은  고개를 저었다,    "요원한  이야기요,    물론  옳은  생각이긴  하지만,     석가  죽은지  이미  3천년    노자  죽은지  이미  2천수백년     그분들은  하늘을  보았지만    그분들만  보았을  뿐     30억의  창생은    아직도  하늘을 보지  ..

명품수집 2024.12.08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5 장

날이  갈수록세상  인심은스산했다. 노른자와  흰자가암탉  품  속에서스무하루를  지내면병아리가  되어껍질을  깨고귀염  떨며  나온다. 한갓,  노른자와  흰자이던액체가  자기  생명을  의식하고다숩게  조직하며,기구하며,내일을  주장하기  시작했을  때달걀  속의  세상은평화가  깨지고불안  초조해진다. 내부의살의성장에밀려나깨어지는  달걀  껍질은내부의병아리새낄저주하리라,반역자,  라고. 자각된  농민들의성장으로달걀  껍질은균열되기  시작한걸까. 어찌됐거나세상  인심은날이  갈수록수런거렸다. 눈  녹이  바람이  마을  저  마을들썩여놓고  다닐  때,얼어붙었던대지의  껍질도나무의  껍질도우리의  피부나마음의  껍질도싱숭생숭해지듯, 봉건사회의마음은걷잡을  수  없이동요되기  시작했다. 대구   팔공산..

명품수집 2024.12.01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3 장

쑥  냄새  풍기는,해월  묵고  있는초가집엔  하루에도수십명씩,멀린  황해도,  평안도에서까지농삿군  敎徒들이괴나리봇짐  얽메고드나들었다. 비록  굶주리고헐벗은  행색들일망정,눈동자마다에선  광채가  빛나고,멀리서  온  동지들을  만나서로  주먹  싸  쥐며,  눈물로반가와하고, 왕가의  기둥뿌리가  썩었음을,세상은  말세임을,양반이  각지에서  마지막  발악하고  있음을,서울장안,  부산항군, 이미왜국상인,  왜국간판에게  아랫배까지  내주기  시작했음을개탄했다. 한  달을  묵으면서각지의  농민  지도자들과  사귄전봉준은  자기가외롭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합천  해인사경주  토함산,  마산,  진주  촉석루여수,  순천,  화엄사를  거쳐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봉준은  그해..

명품수집 2024.11.20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1 장

도망나오는  길이예요눈독들이는  그  늙은이들의입김이  싫어  못  배기겠어요. 추석이  지나니  고향  생각도  나고.아버지  장사지내러  왔었어요,제  고향은  황해도  해주. 경복궁  개축공사  부역일에아버지가  끌려왔었어요, 육십  넘은  아버지.등짐하다  바위  밑  깔려객사하셨대요, 한강가제  손으로  묻어  드렸어요.돌아가는  길  어느  노파에  끌려궁으로  들어갔죠.> 당신의  이마엔.언제부터  그  하늘의  그늘생겼는지  기억하세요?> 선생님  말씀해  주세요,제가어디서  와서어디로  가는가------. 제  성이  도장인자예요.이름은  진아.> 삼청동  객삿집에  묵으면서꿈을  꿨소. 나라  위  자욱히안개가  덮여  있더군,고구려성의  왕관을  주웠어요.휘황찬란한. 금강산에서  내려..

명품수집 2024.10.20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10 장

가을이다하늘에는흰  구름이  두  송이열차  속  사귄  손님처럼속삭이며  동쪽으로흘러가고  있었다. 북한산  골짝머루,도토리,  다래,개암,열매  터지는  소리......버섯,억새,  통통  여문  벌레소리. 하늬는가을  산을헤매고  있었다.허리엔두  켤레의  짚신그리고  괴나리봇짐. 수건을  꺼내어이마의  땀을  닦았다.그런데  웬일일까. 여인,단풍  물든  자작나무  가지를  헤치며옷보자기  끼고산  속에  나타난  궁녀. 맑은  하늘  밑물건  없는  산  속을수놓은하늘거리는  짐승.땅의  끝에서땅의  끝으로피란길  떠나는행색이었을까. 지친  이마,쏟아진  어깨, 하늬를  보고도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때까치가머리  위  울었다.이  산에서저  산으로  날리는붉은  단풍잎은날짐승인가,전설인가, ..

명품수집 2024.10.15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9 장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네  마음  속의  구름. 아침  저녁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을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발걸음도  조심.마음  아모리며, 서럽게,아  엄숙한  세상을서럽게,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불쌍할  뿐이었다.눈으로  보고도,석양,읍에서마을로  들어오는  고갯길에서하늬는  기다리고  있었다. 향나무가  두  그루  미루나무가  하나무덤이  밭  가운데  있었다. 스물다섯에  만..

명품수집 2024.10.06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8 장

하늬는한쪽  발을  조금절었다. 세  살  때김진사가  마당에내  던졌었다.대문  여닫는  소리박쪽  굴러다니는  소리검불이  이리저리  날리고 먼  마을에서대감집  닭이  세월도  없이길게  울  때, 이런  땐틀림없이  나무뿌리소나무껍질,  일찍  나온  냉이쑥뿌리  찾는  굶주린  행렬들이산과  들판시래기처럼  하이얗게널리고, 누구네집  재를  내는머슴은대왕펄  보리밭에서부옇게  재  뒤집어쓰고재채기에  쳇머리  흔들고  있으리라. 그렇지또  있다.갈대꽃  날리는  강언덕옷보자기  낀  아낙네가치맛자락  날리며,지금도  나룻배기다리고  있겠지,맞바우. 하늬는,김진사네집  머슴돌쇠가  주워다  기르고  있었다. 세  살짜리는날마다배가  고팠다,아랫목에  묻어  둔콩강개도  없이. 그날은김진사집에서울 ..

명품수집 2024.10.03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7 장

여행을  떠나듯우리들은  인생을  떠난다.이미  끝난  것은아무렇지도  않다. 지금,이  시간의  물결  위잠  못들어뒤채이고  있는병  앓고  있는  사람들의그  아픔만이절대(絶大)한  거. 굶주려본  사람은  알리라,하루  이틀도  아니고한  해  두  해도  아니고철들면서부터그  지루한30년,  50년을굶주려본  사람은알리라. 굶주린  아들  딸애들의그,  흰  죽사발  같은눈동자를,죄지은  사람처럼기껏  속으로나  눈물  흘리며바라본  적이  있은사람은  알리라. 뼈를,깎아  먹일  수  있다면천  개의  뼈라도  깎아  먹여주고싶은,그  아픔을맛본  사람은  알리라. 이미  끝낸  사람은행복한  사람이어라,이미  죽은  사람은행복한  사람이어라.

명품수집 2024.09.29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6 장

우리들에게도생활의  시대는  있었다. 백제의  달밤이  지나갔다,고구려의  치맛자락이  지나갔다, 왕은,백성들의  가슴에  단꽃. 군대는,백성의  고용한문지기. 앞마을  뒷마을은한  식구,두레로  노동을  교환하고쌀과  떡,  무명과  꽃밭아침  저녁  나누었다. 가을이면  영고,  무천,겨울이면  씨름,  윷놀이,오,  지금도  살아  있는  그  흥겨운농악이여. 시집가고  싶을  때들국화  꽂고  꽃가마,장가가고  싶을  때정히  쓴  이슬마당에서맨발로  아가씨를  맞았다. 아들을  낳으면온  마을의  경사딸을  낳으면이웃마을까지의  기쁨, 서로,  자리를  지켜  피어나는꽃밭처럼,햇빛과  바람  양껏  마시고고실고실한  쌀밥처럼마을들은  자라났다. 지주도  없었고관리도,  은행주도,특권층도  없었었..

명품수집 2024.09.27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5 장

진달래,지금도  파면,  백제  때  기왓장나오는  부여  군수리농삿군의  딸이  살고  있었다.松花가루  따러금성산  올랐다내려오는  길바위  사이  피어  있는  진달래한  송이  꺾어다가좋아하는  사내  병석  머리맡生花  해  줬지. 다음  담  날그녀는  진달래,화병에서  뽑아,  다시금성산  기슭양지쪽에  곱게  묻어줬다. 百濟,천오백년,  별로오랜  세월이아니다 우리  할아버지가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듯몇  번  안가서백제는우리  엊그제,  그끄제에있다. 진달래,부소산  낙화암이끼  묻은  바위서리  핀진달래,너의  얼굴에서사랑을  읽었다.숨결을  들었다,손길을  만졌다,어제  진백제  때  꽃구름비단  치맛폭  끄을던그  봄하늘의바람소리여. 마한  땅,부리달이라는  사나이가우는  아들  다..

명품수집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