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수집

신동엽 서사시 금강 제 7 장

서해안 나그네 2024. 9. 29. 23:15

 

여행을  떠나듯

우리들은  인생을  떠난다.

이미  끝난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지금,

이  시간의  물결  위

잠  못들어

뒤채이고  있는

병  앓고  있는  사람들의

그  아픔만이

절대(絶大)한  거.

 

굶주려본  사람은  알리라,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철들면서부터

그  지루한

30년,  50년을

굶주려본  사람은

알리라.

 

굶주린  아들  딸애들의

그,  흰  죽사발  같은

눈동자를,

죄지은  사람처럼

기껏  속으로나  눈물  흘리며

바라본  적이  있은

사람은  알리라.

 

뼈를,

깎아  먹일  수  있다면

천  개의  뼈라도  깎아  먹여주고

싶은,

그  아픔을

맛본  사람은  알리라.

 

이미  끝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어라,

이미  죽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