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듯
우리들은 인생을 떠난다.
이미 끝난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지금,
이 시간의 물결 위
잠 못들어
뒤채이고 있는
병 앓고 있는 사람들의
그 아픔만이
절대(絶大)한 거.
굶주려본 사람은 알리라,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철들면서부터
그 지루한
30년, 50년을
굶주려본 사람은
알리라.
굶주린 아들 딸애들의
그, 흰 죽사발 같은
눈동자를,
죄지은 사람처럼
기껏 속으로나 눈물 흘리며
바라본 적이 있은
사람은 알리라.
뼈를,
깎아 먹일 수 있다면
천 개의 뼈라도 깎아 먹여주고
싶은,
그 아픔을
맛본 사람은 알리라.
이미 끝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어라,
이미 죽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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