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49

새 해 첫 날, 안개 낀 구드래에서

어차피 인생은 안개속을 걷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엔 어떤 모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갖은 상상력으로 미지의 세계를 그리며 걸어간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때론 기쁘기도 하지만 희망이 아쉬움으로 변해버린 시간들이 더 많았음은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인생사인걸.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는 왜 청춘이 다 저물고 난 뒤에나 느껴지는 것일까!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짧게 남은 지금도 그 안개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혜안은 가지지 못했다. 지난 날의 모습 그대로 오늘도 안개속을 걸어갈 뿐이다.

나의 이야기 2024.01.02

무량사의 가을은?

주말 답사를 멀리 간것도 아니고 관내를 돌아다녔을 뿐인데 피곤함이 밀려온다. 낮잠을 자다 TV를 보다 하는 중에 일요일이 저물어 가고 있음에도 나른한 기색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나도 이제 60 중반을 넘어서다보니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4시가 넘어 찾아간 곳, 무량사였다. 언제나 고즈넉한 무량사에도 가을이 붉게 물들어가고 짧은 가을해에 점점 짙어지는 만수산 그림자가 온 사찰을 감싸고 있었다. 지금이야 대치동 같은 고시촌이 형성되어 있어 대부분 고시생들이 도시에 머물고 있지만 예전엔 이런 사찰에 머물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약 없는 세월과 싸워야 했던 그들의 절절함을 손수 새겨 놓은 참을 '인'자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세계유산과 함께하는 <부여를 누리다> -2023.10.28

지난 주말 부여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세계유산과 함께하는 부여를 누리다"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문화원을 방문했었는데 17명 밖에 신청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라도 머릿수를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신청을 했다. 게다가 전에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담당하는 사업이라니 더욱 애착이 갔다. 당일 버스에 오르니, 와우 이게 웬일? 좌석이 거의 만석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문화원 전시실에서 유홍준 교수 기증 유물전을 관람한 후 첫 번째 코스로 부소산성 답사가 시작되었다. 영일루 태자골로 이어지는 감성적인 코스는 생략하고 후문에서 광장, 낙화암 고란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택했다. 아마도 빡빡한 답사일정 때문이리라. 강..

나의 이야기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