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마.
하늬는 전우들과 작별
부여로 가는 길
마한, 백제의 꽃밭
금마를 찾았다.
언제였던가
가을걷이 손 털고
재작년 늦가을
진아는 하늬의 손가락 끼어
미륵사탑 아래
그림으로
서 있었지,
그날은
저 탑날개
이끼 위
꽃잠자리가
앉아 있었다,
7세기 초
백제인들 슬기로 건축
8세기 초
낙뢰로 반파,
거대한 8층탑은
半空에 그 부러진
한쪽의
어깨.
진아의 아름다움에
홀려, 마을 사람들은
떠날 줄 몰랐었다,
동지섣달이면
진아의 분신이
세상에 나온다,
아들?
딸?
남남 북녀,
북남 남녀,
먼 지방 사람끼리 만나면
우생학상 좋은
2세를 낳는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가족 근친혼
마을 혼인
꺼려 왔고,
눈이 가는 여잔
눈이 사슴 같은 사내,
입술이 얇은 사낸
입술이 넓고 두터운 여자,
비만한 여잔
깡깡한 사내,
마음이 가을 물같이
차가운 남잔
마음이 겨울 이불 속같이
다수운 여자를
찾아다니는 법,
진아는 지금
어느 하늘 아래
그 푸담한
가슴.
꿈꾸는 듯 깊은
눈매 깜박이고
있을까,
계룡산쯤
동학사에라도
피란 가 있게 할걸,
먼 고향
해주까지 보냈을까,
어리석음이여,
떠나기 싫어하던
진아의 눈동자가 생각났다,
무거운 몸인데도, 하늬따라
종군하겠다고 우기던
진아.
어느 핸가 여름
대전에서 전주 가는 뻐스
타고가던 우린
금마에서 내렸었지,
선화공주의 남긴
적삼바람
어느 나뭇가지엔가
걸려 있을지도
몰라,
금마에서
서북쪽으로 2십리
가도 가도 황토길
쏟아지는 땡볕 아래
엠원총 멘 제2훈련소
훈련병들의
굳은 행렬만,
지나갔다,
목은 말라도
구멍가게엔
건빵, 쪼코렡뿐
막걸리, 김치 생각은
굴안 같은데
가게엔 영어로 쓴 부란디
화학주뿐,
냇가에선
수십명의 수건 두른
부인들이
모래를 일는다,
탄피, 소총알,
날품값 보리 두 되 값이라던가,
사십쯤 되었을까,
한 아주머니가
담배를 청했다.
일본서 곳간차 타고
돌아온 얼굴, 틀림없이
남편은 남양군도 징용 가
소식이 끊어졌겠지,
기준성 있었던
미륵산 정상엔
테레비 안테나,
세우느라, 기재 실은 차가
다녔다,
논배미에선
뜸부기가 울고.
하늬는 기왓장을
주워 들었다.
금마에서 남으로 십 리,
지금 5층 왕궁석탑이
서 있는 고구마밭은
황토언덕
옛날 무왕의 이궁터,
신라 땅에 가
섬섬옥수
선화공주 꼬여온
낭만.
선화공주 위해,
무왕이 된
마동은
별장을 지었다,
어느날
선화는
미륵산 아래
산책하다
미륵불 캤다
땅에서
머리만 내놓은
미륵부처님의
돌.
마동왕의 손가락
이끌고 다시 가보았다,
안개.
비단 무지개,
백성들이 모여
합장,
묵념.
그들은
35년의 세월
머리에 돌 이고
염불 외며
농한기
3만 평의 땅에
미륵사,
미륵탑, 세웠다.
마동왕의 어머닌
부여 마래
화지산 기슭에
살았다,
지금도 마래
이궁터 방죽 가엔
돌 우물,
밤으로만
평복하고 나타나는
법왕 위해
마동 어머닌
돌 사발, 돌 우물
떠 바쳤다,
그, 돌 우물가엔
지금도
초가집 몇 채.
그 흙담집
고운 흙 위에서,
우린
출생했지,
돋나물,
미나리방죽, 냉이
달래 캐던 그 가녀린
손매디들은 어디 갔을까,
누나,
주워다 기른 누나
우린
마뿌릴 캐
궈 먹으며
여섯살,
멍석딸기 밭에서
고샹 뜯다
뱀을 봤지, 그리고
낮잠,
우린
먼 길 가는
바람, 아니면
햇빛,
열매,
지고, 피고
우린
어디까지
왔을까.
이틀을 걸어
하늬는 고향으로 왔다,
문설주에서도
수저,
툇마루쪽에서도,
진아의
목소리,
들길에서도
콩밭,
앞산에서도, 웃음 머금고
치맛자락 아무리며
사쁜사쁜
걸어오는
입모습,
비단자락 밑의
살 냄새,
하늬의 마음과 몸은
휘말려 갔다,
혁명처럼, 해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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