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금 제도라는 게 있다.
정부 기관과 사업을 하면 계약 후 노임이나 자재 구입비, 보험료 등
착수에 필요한 금액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사업의 형태나 계약 금액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계약금액의 70%내에서
이행보증보험 증권, 사용내역 등을 첨부 하여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해 웃기는 일이 벌어졌었다.
어느 직원이 선급금 지급을 위해 대표 이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대뜸 한다는 말이 "어디 감히 재단에 선급금을 신청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젊은 직원을 앞에 두고 0%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 없이 하더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기 딴에는 처음 써 보는 감투인 공공기관의 대표이사 자리가
대단하게 여겨졌을 것이고, 그런데도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선급금을 청구 하는 게 매우 건방지게 보였던 모양이다.
행정 경험이 전무하고 평소 본인이 상임인지 비상임인지도
구분 못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니, 선급금이 의무지급 사항이라는 걸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업무 처리에 있어 당연히 실무자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터인즉,
이해가 안되면 물어보면 될 것인데, 일 잘 하는
직원한테 맘에 드니 안드니 쓸데없는 말로 상처를 줄
필요가 뭐 있을까.
속된 말로 스스로 '개폼' 잡다 '개망신'당한 격이다.
나는 한 참 후에야 이 일을 전해 들었는데
황당 하면서도 가슴 아팠을 젊은 직원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런 소릴 듣고 왜 가만히 있었을까 하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제도상의 헛점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입사하여 정관규정을 살펴 본 나는 대번 지적을 했었다,
비상임 이사가 결재라인에 들어와 있는 건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금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하게 되면
직원들만 어려워지는 건 불보듯 뻔한 것이며,
비상임 이사한테 무슨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들 직무 교육차 왔던 강사들도 한결같이 잘 못 된
규정이라고 지적하였다는 얘기를 직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조금이라도 행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을
감독 기관에서는 왜 그렇게 설계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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