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흔하게 주고받던 농담 중에 "남아 일언은 중천금, 여아 일언은 풍선끔(껌)"이란
말이 있었다.
언뜻 들으면 여성 비하 발언처럼 들릴 지 모르겠으나 그 만큼 남자의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하고
'일구이언'하면 안된다는 뜻이 담겨 있는 조크일 것이다.
언행에 신의가 있어야함은 남녀가 동일한 것이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남자에게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었음은 자명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재단에 '남아 일언은 중천금'이 아니라 '남아 일언 풍선껌'이 되어 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모 이사가 사퇴서를 제출한 지 불과 며칠만에 철회한 것이다.
부군수가 사퇴서를 받아 해당 팀장에게 전달 했다는 소식을 듣고 빨리 보내 달라고 연락했더니
대표이사가 하루만 보류시켜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자기 수족처럼 부리던 이사가 갑자기 사퇴한다니
당황했던 모양이다.
그 뒤 설득이 잘 안되었던지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그 이사는 인감증명서를 직접 건네 주었고
사무처에서는 곧장 사퇴 처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대표이사가 사인을 안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한 번 더 만나보겠다는 것이었다.
대표이사를 패싱하고 이사장 결재를 득한 후 곧바로 처리 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남자가 한 번 내뱉은 말을 설마 뒤집을까 하는 생각에 지켜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2~3일 후 정말 사퇴 철회서를 보내왔다.
풍문에 의하면 대표이사와 군청 모 팀장이 만나 설득했다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남자의 자존심은 어디다 모두 팽개쳐 버린 것일까. 재단 이사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똑 같은 부류의 사람들끼리 모여 어떤 대화들을 주고 받았는지 궁금하긴 하였다.
비상임대표이사에게 매월 300만원씩 근거도 없는 활동비가 월급처럼 지급되고 있는 것을 내가
사무처장으로 온 후로 중단 시켰다. 그 후로 대표이사의 뒷담화가 시작되었고, 그 이사를 시켜
사무처 직원들을 괴롭혀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둘이서 비밀을 잘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을 어느 술자리에서 이사가 털어놓는 바람에
내 귀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그 이사로부터 우리 직원들이 한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나 한테는 말해봤자 소용 없으니 순진한 직원들만 괴롭힌 것이다.
참으로 비열한 인간들이다.
이번 건도 지난 해 회계검사 결과를 보고 하면서 이자 발생액 980여 만원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회계검사 결과 보고가 다 끝난 뒤에 잉여금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그 이사였다.
나는 차 후 이사장 결심을 받아 집행할 것임을 밝혔다. 잉여금은 당장 집행할 돈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 이사회에 안건 심의 후 집행하면 되는 것인데, 이 돈이 당장 어디로 가는 양 트집을 잡았다.
더 이상 답변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 싶어 대꾸를 하지 않았더니 아마도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토록 실력발휘를 하고 싶으면 영업 이익도 발생하고 배당금도 지급되는 그런데 가서 이사를 해야지
겨우 위탁사업으로 얼마 받아서 얼마 집행하고 얼마 남았나만 확인하면 되는 이런 재단 이사는 뭐하러 할까?
중이 절이 싫으면 스스로 떠나는 게 당연하고 나 역시도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게
인사 원칙이다.
똘마니처럼 부려 먹어야 할 사람이 그만 둔다고 했을 때 대표가 얼마나 당황했었을까 생각하니
웃음도 나고, 또 사퇴를 번복한 그 이사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참석할 지 다음 이사회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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