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정림사지 담장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부여의 봄이 시작되었음을 이곳에서 실감한다.
예전에는 보릿고개 벚꽃 풍광이 제일 좋았지만 지금은 단연 정림사지 담장길을 거닐며 온 몸으로 맞는 꽃눈이 최고이다.
4월 8일
평일에 쌍계사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부푼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10리벚꽃길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곧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벌써 꽃은 다 지고 푸릇푸릇 신록이 돋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좁은 땅덩이에서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쌍계사 경내에 남아있는 홍매화와 싸리꽃으로 마음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4월 10일
아내와 함께 바람을 쏘일겸 잠시 드라이브를 나섰다.
심심하면 자주 들르는 인근 보령댐 아랫마을.
코로나 19로 중단되었던 마을 벚꽃축제를 올 해는 하고 있었는데 한창 개화중인 꽃을 보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틀 전 쌍계사에서 느껴야만 했던 허망함을 이곳에서 달래본다.
이곳에서부터 주산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약 7km의 도로변에 벚꽃나무가 잘 식재되어 있다.
옆으로 흐르는 화산천변을 따라 장관을 이룬다.
4월 11일
홍산 태봉산 벚꽃도 또한 일품이다.
최영 장군의 전적비가 세워져 있는 태봉산은 마치 흰눈을 보자기째 쏟아놓은 느낌이다.
직원들과 인근 '뜰팡'에서 식사를 하고 무르 익어가는 봄의 기운을 만끽했다.
흩날리는 꽃눈의 풍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 밖에는---
4월 15일
팀원들과 강경 맛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세도 강변의 유채꽃을 보러갔다.
그러나 예전의 그 화려하던 유채꽃은 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축제가 취소되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갈아엎었다는 것이었다.
축제는 취소하더라도 유채꽃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대신 들른 세도 구경정.
이곳을 처음 와보는 팀원의 감탄사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 24일
집에 내려온 딸과 셋이서 태안 튤립박람회장을 찾았다.
보령 해저터널을 가보지 못한 딸을 위한 핑계였지만 바람쐬러 가고픈 내 욕심이 더 많았음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주차장 입구에 다다라서는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로 한 참을 기다려 겨우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갇혀 있었던 답답한 마음들을 모두 토해 내려는 듯 많이도 몰려 들었다.
태안의 꽃축제는 자주 와본 경험이 있어 크게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5월 1일
TV지방 뉴스에서 서산 개심사 청벚꽃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여지껏 활짝핀 모습을 본 적이 없어 한 번 가 보고픈 생각이 있었는데 이때다 싶어 아내와 함께 길을 떠났다.
개심사 입구 호수주변에 이르러 차들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가 싶더니만 주차장 1.5KM 전부터
길가에 주차한 차량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길가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야 하는 것 아닌지 갈등이 일었다. 그냥 한 번 끝까지 가보자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얻어 더딘 진입으로 주차장 근처까지 들어갔다.
때마침 반대 방향쪽에 차 한 대 들어갈만한 틈새가 있어 행재한 느낌으로 얼른 주차를 하고 걷기 시작했다.
오늘같이 인파가 많은 날은 그것도 큰 행운이었다.
나는 개심사 건물의 이런 자연스런 모습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겹벚꽃이 아직은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청벚꽃 색깔이 왜 이럴까 하다보니 아뿔싸!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안경을 벗으니 청벚꽃의 색이 제대로 보였다.
개심사에는 이런 청벚꽃 나무가 4그루 정도 있다. 서산시에서 번식에 성공해 인근에 전파 하고 있다고 한다.
흰색, 노랑색, 붉은 색 등 대책없이 물감을 뿌려대던 봄이 5월의 초록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떠나려 한다.
푸르던 나의 청춘도 65번째 봄을 맞이해서는 더욱 빛이 바래어 가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나의 봄날은 올해도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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