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벌써 신세지는 나이가 되었으니

서해안 나그네 2022. 5. 31. 17:48

어느새  남들한테  신세지는  나이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출근하면  조차장이나 김대리가  타다주는 커피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 마시는 염치없는  노인이  되었다.

 

마음속으로는  늘  고맙고  감사하지만  제대로  표현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사양하지 않는  핑계를  굳이  대자면,   의회  전문위원 시절  아침마다  커피를

 

타다주는  동료  여직원에게  내가  가져다  마실테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가

 

감격스럽고  가슴  뜨끔한  거절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커피  한  잔  가져다  주는  즐거움까지  빼앗으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후로  이  말을  핑계로  뻔뻔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내가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에는  나이 많은  직장 상사, 인생 선배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담겨  있는  예사  커피와는  전혀  다른  특별함이  있을거라  믿고 있다.

 

늘  고마움을  느낀다.

 

 

올  해는  생일  이벤트를   두번씩이나  받았다.

 

팀원들이  음력으로  세는  걸  모르고   양력 생일 날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  주었다.

 

기왕  준비를  하였으니  물릴 수도 없고  본의  아니게  두 번  생일  잔치를  하게  된 것이다.

 

생일을  기억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꼬깔모자 쓰기가  예나 지금이나  쑥스럽지만  직원들이 만들어준 자리이니만큼  기꺼이  썼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고마운  동료들

 

 

 

한 달  뒤  진짜   생일이  돌아왔다.

 

이제는  예쁜  며느리까지  있어  그를  보는 것만도  즐거운데  센스  있게  케익이며

 

선물까지  챙겨주니  행복하기  이를 데  없다.

 

사전에  뭘  갖고  싶으시냐고  묻길래  너희들이  곧  선물이니  그냥  내려와서  식사나  하자고

 

했는데   어느 새  내  속을  훔쳐본 듯  하다.    아이들이  곧  선물인 것도  갤럭시 워치를  갖고 싶었던 것도

 

모두  진심이었다.

 

식구 한  명이  늘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며느리가  섬세하고  예쁜  떡 케익을  서울에서부터  가져왔다

 

 

식당에서  아들 내외가  건네준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하는 촌로

 

 

 

딸 아이의  호주머니도  가벼워졌다.

 

아빠  생일이라고  내려와  100만원이  넘는  양복을  사  주었다.

 

지  동생과  함께  살때에는   함께  선물  하나를  준비하면  됐었는데   이제  분가를  하고나니

 

따로따로  준비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할  따름이다.

 

아이들  자라오는  동안  뒷바라지  한 번  제대로  못해줬는데   ---

 

나이  60 중반에  벌써  이사람  저사람한테  폐를  끼치는  신세가  되었으니

 

인덕이  많은 건지  염치가  없는 건지   결론을  못 내리겠다.

 

그저  모든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백화점에서  양복을  고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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