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해 5월 24일이었다.
은산농공단지에 다니시는 분이 공장 근처에 버려진 어린 길양이를 집에 데려가
2주 정도 우유를 먹이며 키우셨다고 한다.
그 사이 정도 들었지만 그 분 댁에는 이미 다른 양이들이 있어서 식구를 늘리기엔 부담스러웠던지
지인으로부터 분양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직원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전 사무실에 있을 때에도 고양이를 기르면 어떻겠느냐는 직원들의
건의가 있었지만 사무실 구조상 여의치 않았었다.
새로 옮겨 온 지금의 사무실은 넓고 별도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함께 지내기에
별 문제가 없을뿐더러, 팀원들 역시 훌륭한 집사들이 많아 양이를 돌보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모모란 이름도 팀원들이 미리 지어준 이름이다.
이유식이 가능한 시기부터 우리 사무실에 입양 온 모모는 이제는 의젓한 재단의 마스코트, 오피스걸로 성장하였다.
얼굴도 예쁜 치즈냥이로 태어나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자라서 그런지 장난꾸러기이자 애교 덩어리이다.
입양을 오자마자 예방 접종이며 건강진단을 마쳤고 어느 정도 자라서는 중성화 수술도 해 주었다.
몸에 뭘 걸치기를 싫어하는 모모는 수술 후 10일 정도를 몹시 불편해 해서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였다.
모모는 간식, 장난감 부자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사다 주기도 하고 내방객들이 반색을 하며 다시 방문할 때나 우편으로 용품을 보내주기도 한다.
어느 분은 양이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라며 '개다래'라는 화분을 보내주기도 하였다.
의외로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 분위기가 참 자유로와 보여서 부럽다는 분도, "어머! 우리 사무실에도 고양이가 있는데
여기도 있다니 놀랍네요"하는 분도,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우연히 들렀다가 모모를 보고 나서는
가끔씩 일부러 찾아 오시는 분들도 있다.
직원들도 아침에 출근을 하면 우르르 몰려와 모모를 중심으로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우고,
근무 중 지칠 때에도 찾아와 쓰다듬으며 잠시 마음을 추스리기도 한다.
퇴근시에도 다들 작별 인사를 하고 간다.
가정에서 어린 아이의 재롱을 보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러다보니 "모모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저런 대우를 받고 살다니" 하면서
농담을 건네는 분도 계시다.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행동만으로도 인간은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직원들 정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사무실에 모모가 없다면 모두들 허전해 할 것 같다.
얼마전 TV뉴스에서 요즘 애완동물과 동반 출퇴근 할 수 있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린 이미 1년 전 부터 감성경영을 해 온 셈이다.
사무실 방문자 중 딱 한 사람, 똘마니 같은 어느 이사 한사람만이 잔소리를 하였다.
사무실 근무 환경은 그 직장의 구성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 자기가 관여할 바가 아닌데도 말이다.
남의 하수인 노릇만 하다가 어쩌다 이사라는 명칭을 얻으니 세상 권한 다 얻은 줄 아는 모양이다.
그깟 재단 이사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아마도 완장을 찬 기분인 모양이다. 그가 가고난 뒤 센터 사무실에 먼저 들러 고양이 어딨냐면서 찾아다녔다는 소릴
듣고나니
화가 치밀었다. 건방지기 이를데 없다. 모 후보의 말마따나 "참, 같잖다!"고 한마디 해줬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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