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고행의 길 하동 쌍계사(2019.03.31)

서해안 나그네 2019. 4. 7. 00:14

3월의 마지막 휴일,


봄기운을 좀 더 일찍 느껴보려는 욕심에

남녘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목적지는 부여에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십 리 벚꽃길로 유명한

하동 쌍계사였다.





두 시간의 거리는 지도상에서나 가능한 것.


구례 화엄사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냉천교차로 부근에서 부터 정체되기 시작한 차량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고행의 정체길이 시작되었다.

일요일인데다 십 리 벚꽃길 축제 마지막 날인걸 감안하지 않은 탓이었다.





중간에 하동쪽 도로는 정체가 심하니 간전 방향으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마음의 갈등을 겪다가 안내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상황은 매일반, 갈림길 초입에서부터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양방향의 도로가 남도대교 부근까지 극심한 정체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차 안에 갇혀있는 신세였지만 계속 이어지는 벚꽃터널의 정취는 원없이 만끽할 수 있었다. 

도로변에 만만한 휴게시설도 없는데다 장시간 거북이 걸음을 하다보니 참을 수 없는

생리 현상 때문에 겪어야 하는 군중들의 당황스런 모습이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아내와 나는 그런 위급한 상황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12시경이면 도착할 수 있는 쌍계사에 오후 5시경 도착했다.

중간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여태까지 참고 기다렸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하는 생각에

참고 참으며 오긴했지만, 도대체 몇 시간을 갇혀 있었던거야 하는 생각에 현기증이 일었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 천왕문 - 팔영루 - 대웅전 등 남북축선상에 일직선으로 놓여진

전형적인 산지가람 배치를 보여준다.


























조선후기 목조건물로 보물 제500호로 지정된 쌍계사 대웅전




국보 제47호 쌍계사 진감선사대공탑비





















경내를 나오면서 아름다운 일주문을 다시 한 번---




6시경 쌍계사 주차장을 나섰다.

이미 산그림자가 거리를 덮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좀 한가해진 도로에 실로 오랜만에 서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다.










쌍계사를 출발하면서 지금쯤은 차량이 다 빠졌겠지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쌍계사에서 화개장터 부근 큰 길까지 약 5km의 거리를 나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저녁 8시가 돼서야 큰 도로에 들어서 모처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오수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점심은 아내가 준비한 쑥떡과 길거리에서 산

옥수수빵으로 때우고 밥다운 밥은 처음 먹는 것이었다.


벚꽃피는 휴일날에 누가 쌍계사를 간다면  절대 그러지 말라고 달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