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제 청령포만을 둘러 본 영월 여행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연계해서 단종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장릉, 관풍헌과 자규루를 볼 생각이었으나
시간상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기야 여행이란 미련이 남아야 또 다시 찾게되는 법이니 다음을 예약하는 증표로 삼을 수 밖에---
둘째날 일정은 숙소에서 가까운 다누리아쿠아리움 관람으로 시작했다.
단양은 소백산과 남한강 줄기로 둘러싸인 조그만 고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 같다.
3.1절 연휴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주위에 볼거리들이 많은 게 주 요인일 것이다.
리조트에 몰려든 차량과 시가지 양 도로변에 줄지어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이를 빠져다니면서
범상치 않은 소도읍이란 인상을 깊게 받았다.
다누리아쿠아리움은 국내 최대규모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으로 최신 영상을 갖춘 4D체험관과 도서관,
낚시 박물관, 옥상정원, 홍보관, 농특산물 판매장, 시외버스 터미널 등 편의 시설이 갖추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군단위 지자체에 이런 규모의 아쿠아리움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부러울뿐이다.
고기를 밖으로 꺼내지만 않는다면 손으로 잡아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이 아쿠아리움은 아이들 교육 장소로도 매우 효과적일 것 같다.
파충류 전시실을 지나면 귀여운 다람쥐들을 볼 수 있다.
예전엔 흔하게 보던 동물이지만 지금은 이런 곳이나 와야 볼 수 있다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먼 통로를 다람쥐들이 오가고 있다.
수달은 물속에서 하는 짓도 귀여운데 이렇게 둘이서 잠자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4층에 휴게시설이 있어 차 한 잔 마시며 바로 인근의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에서 출발한 패러글라이더들이
남한강 위를 날으는 모습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과를 소량으로 포장한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다음으로 천동동굴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고수동굴도 있지만 그 곳은 본 적이 있어 생략하기로 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번 여행에 아들녀석이 직장 일로 오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실 난 이 동굴 택한 것을 무척 후회했다.
이곳은 몸집이 크거나 쪼그리고 기어가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한테는 권유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안전모는 머리에 맞지 않아 흘러내려 계속 시야를 가리고 무릅은 아프지---
한바퀴 돌고나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원래는 천동동굴에서 나와 인근에 있는 다리안 관광지로 갈 계획이었지만 입구에서 차를 돌렸다.
점심 때를 훨씬 넘긴데다 동굴관람으로 지친 몸이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주위에 마땅한
식당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맛집 검색을 통해 시내로 다시 나왔는데 제대로 건졌다는 느낌을 대번에 받았다.
사람이 무지 많았다.
두시가 다 돼 가는데도 대기 순번이 16번째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래도 좋다고 했더니 메뉴판 형식의 대기표에
순번을 적어 주며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정하라는 뜻이니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우리는 흑마늘 정식을 먹어 보기로 했다.
대기중에 벽을 보니 식당의 화려한 이력서가 붙어 있다.
곳곳에 다녀간 유명인사들의 흔적, 업소 대표의 사회 활동상 등 많은 정보가 붙어 있다.
다행이 예고했던 시간보다는 빨리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우선 상 가득히 음식이 나오고 떡갈비 등 메인 메뉴가 뒤 이어 따라온다.
단양이 마늘로 유명한 곳인지 음식 대부분이 마늘이 주 원료다.
시내를 다닐 때에도 마늘과 관계된 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은 느낌이지만 도저히 다 먹을 수는 없다.
마지막 코스로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하였다.
이곳은 선착장이 두 곳이 있는데 예약을 안했다고 했더니 이 소형 유람선 선착장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승선을 기다리며 선착장 의자에 앉아 있다가 옆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서서히 가라앉는 휴대폰을 보면서 절망감에 잠겨있는데 아내의 극성이 시작되었다.
아스라이 깊은 강물속에 가라앉아버린 휴대폰을 어찌할 방법이 없어 포기 하자고 했더니 아내는 계속
화를 내며 선착장 관계자를 불러왔다.
그도 와서 보고는 막막한 듯 깊이가 5m 이상이라며
고기를 뜨는 채를 가져왔다. 그러나 길이가 짧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우선 배를 타고 갔다 오는동안
자기가 어떻게 해보겠다며 안심 시키려 노력했지만 나는 잠수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전화기가 보인다기에 나도 난간 밖으로 밑을 보려하자 아내는 카메라도 빠뜨릴려고
그러냐며 핀잔을 준다, 목에 건 카메라가 빠져나갈 리도 없는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줄지어 서 있는 관광객들 때문에 창피해서 소리도 못지르고 죽을 맛이었다.
그 순간 어느 한 분이 어디서 긴 장대를 구해와 서서히 전화기를 들어 올리기 시작 했다.
그러자 어느 한 분이 또 아까 가져다 준 망으로 가까이 올라온 휴대폰을 안전하게 담아 올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휴대폰 구출 합동 작전이었다.
고마운 마음이야 한이 없었지만 창피해서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다.
장회나루! 난 그곳을 잊지 못 할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탓에 빛이 사라졌다.
호숫가에 왠 무덤인가 했더니 퇴계 선생을 사모하던 기녀 두향의 묘라고 한다.
이날은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어두웠다.
이 호수의 일반적 명칭은 충주호지만 이 구간은 청풍호라 부르기도 한다.
주변의 펜션단지
약 한시간 가량을 돌아오는 코스로 멀리 출발했던 장회나루 선착장이 보인다.
왼쪽으로 대형 유람선 선착장도 보인다.
숙소에 돌아오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들 녀석이 빠지는 바람에 운전을 혼자 하려니 더욱 피곤하다.
물론 아내도 운전을 하긴 하지만 낯선 장소나 장거리 운행에 있어 선뜻 운전대를 내 주기도 두려워
그냥 혼자서 하기로 했다.
오늘은 윗층에 아이들 손님이 많이 왔는지 이제나 저제나 잠잠해지길 기다려봤지만 뛰어다니는
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카운터에 전화를 했다.
얼마 후 객실관리 직원이 와 아이들이 많다며 주의를 줬으니 계속 그러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그러나 별 효력 없이 아이들은 12시가 다 되도록 뛰어다녔다.
또한 어디선가 보일러나 세탁기 돌아가는 듯한 기계음마저 들려 이래저래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더니 참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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