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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를 사랑한 토끼

서해안 나그네 2012. 1. 24. 22:44

 

토끼는 거북이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늘 연약하고 느림보 취급을 받는 거북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던 토끼는

그에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거북이가 좀처럼 경주에 응하지 않자

토끼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거북이의 감정을 건드렸다.

"야! 이 느림보 거북이야! 넌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뭐 있니?"
토끼의 심한 언동에 약이 잔뜩 오른 거북이는 결국 경주에 응하게 되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토끼는 자는 척 눈을 감고 풀밭에 누워 있었다. 내심 거북이가 다가와 깨워 주기를 기다리면서---

그러나 거북이는 토끼의 기대와는 달리 살며시 그 곁을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토끼는 몹시 서운했지만 거북이가

결승점에 다다를 때 까지 모르는 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자기를 깨워주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달리고 싶었던 토끼는 못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다만 모처럼 기뻐하는 거북이의 환한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을 뿐이었다.

그날 거북이는 토끼의 뜨거운 눈물을 보지 못했다.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뒷이야기이다. 흔히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교훈은 모두들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상은 이미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남의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내 물건을 내다 팔 수 없는 게 지금의 국제 사회이고 심지어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혼례나 상례에도 서로 주고받는 법칙이 너무나 정확하게 지켜지는 걸 보면 참으로 삭막한 세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남을 돕지 않으면 나 또한 남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고, 내 스스로 존경받기를 원하면 먼저 남을 존경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지켜지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 할 수 있다.

최근에 있었던 문화원장 경선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그런 행동들이 나타났다. 경쟁이 도를 넘다보니 묵묵히 일 잘하는 사무국 직원들까지 유언비어에 시달리는 고통을 당했는가 하면 종친회 성격까지 띠었다니 많은 회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런 풍토가 자칫 내년의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데 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경선이 끝났으니 서로 좋은 감정으로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서 협력하는 모습 보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미국 사회가 선진 민주주의 사회라 일컬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 전까지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도 선거가 끝나면 모든 정쟁을 접고 올바른 정책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모아 준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사 모두는 부메랑과 같아서 내가 상대를 비방하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적이 생겨나 또한 짓밟힘을 당하게 마련이다.

'나 너 게임'의 원리에서도 배울 수 있듯이 상대에게 후한 점수를 주어야지만 나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제 토끼는 게으르고 자만에 빠져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거북이를 사랑했던 토끼의 본심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를 가지자.
그것이 곧 상생의 원리인 것이다.

<2005. 2. 28 부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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