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문학. 음악. 삶 남도를 느끼다 - 보성여관과 정다운 사람들

서해안 나그네 2014. 6. 22. 01:30

 순천만에서 그곳의 명물인 짱뚱어탕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벌교읍으로 왔다.

 

숙소인 보성여관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바로 옆에 위치한 통기타 카페 「3학년 1반」을 찾아갔다.

 

 

 옛 건물 그대로 소박하게 꾸민 조그만 카페가  오히려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고 편하게 감싸준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용했을 법한 총들이 장식되어 있어 주인에게 물어보니

교련시간에 쓰던 목총이란다.

 통키타 공연이 시작되기전 친절하게도 사장님께서 LP판을 틀어 주셨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LP음악이 잠시 옛생각을 떠 올리게 한다.

 

 

 카페의 이름이 3학년 1반인 이유는 이곳 사장님께서 초.중.고 때 모두 3학년 1반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했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월 1일에  이 카페를 개업했다고---

 

 

 이 분이 카페 사장님.  40대 후반의 나이로  맞은편에 책방을 운영하고 계신데 음악이 좋아서 이 가게를 얻어

 카페를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김광석의 노래를 많이 부르셨는데 모든 노래를 트로트와 비슷한 톤으로 불러

처음엔 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듣고 있으면 중독성이 강해  곧 익숙해진다.

시골 뚝배기처럼 순수하고 수수한 분이셨다.

 

  

 사장님을 비롯하여 지역의 순수 아마추어 분들이 태백산맥 공연단을 만들어 매월 셋째주 토요일이면

벌교역 광장에서 공연과 전통악기 만들기 체험 등을 한다고 한다.  이 분은 중국에서 이주 해 온 동포인데

음색도 좋고 노래를  아주 잘 부르셨다.

 

 

 이 분도 단원이신데  온 몸에 감정을 실어 노래를 부르셨다.  지역의 젊은이들과  함께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힘쓰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미남 청년도 노래 신청을 받았다.

바로 어저께 서울가서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왔으며,  모 방송사의 위대한 탄생 오디션에서 3회까지 진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단다.  어느 날 TV에서 만나게 될지도---.  꼭 꿈이 이루어 지기를--.

 태백산맥 공연단 무대 감독님.  그날밤 주인공은 단연코 이분이었다.  사장님께서 노래하기전 고음불가라고

미리 소개 해 주긴 했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모두들 뒤로 넘어갔다.  개콘의 이수근은 저리가라였다.

처음에는 노래를 안하겠다고 빼시던 분이 마이크를 잡고 나서는 4곡이나 연달아 불렀다.  천진난만하게

생긴 얼굴 모습처럼 우리에게 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주셨다.

 

 3학년 1반의 고무신 장식품이 정겹다.

순수한 지역민들로 공연단을 만들고 이런 공간에서 가족처럼 만남을 지속해 가는  분들이 정겹고 고맙게

느껴졌다.   문화란 이렇게 생활속에 녹아 나는 게 진정한 문화가 아닐까?

아마도 이분들 때문에  벌교가 더욱 정답게 느껴지고  다시 또 와 보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일 것이다. 

건강검진 후 술을 먹지않고 있었는데 이날밤만은 맥주 한 잔에다 사장님이 가져다 주신 와인 두 잔을

기분좋게 마셨다.

 

 

 

 

 

 

보성여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속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보성여관'은

소설에서처럼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기억하는 근현대 삶의 현장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억의 장소입니다.

 

1935년에 지어진 근대 가옥으로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절,  이 건물은 여관이었고 그때의 실제 상호는

'보성여관'이었습니다.

 

당시 교통의 중심지였던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는 일본인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했고,

그 역사의 중심에 있던 보성여관은 당시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의 규모였다고 합니다.

 

근현대 벌교의 역사. 문화 환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보성여관은

2004년 근현대의 역사 및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2008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보성여관의 관리단체로 지정되었으며 2년간의 복원 과정을 거쳐

2012년 6월 7일 예전 모습을 되찾은 보성여관을 새롭게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복원된 보성여관은 벌교와 보성여관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장과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휴식 공간인 카페,  다양한 문화체험의 공간인 소극장, 그리고 직접 소설 속 남도여관을

느낄 수 있는 숙박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은 다다미방으로 다목적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보성여관 홍보팜플릿 중에서 -  

 

 

 

 보성여관 정원.    겨울철 눈내렸을 때의 풍경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묵었던 보성여관 별채.  이 별채에는 별도의 세면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옛건물의 모습을 유지하다보니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소설속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하룻밤 묵을만 합니다.  옛날 온돌방의 장판처럼 콩기름 냄새가 물씬 풍기며 이부자리 등 모든 게 청결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2층 다다미방

 

 2층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호실마다 이런 고무신이 준비되어 있네요.

 

 

 

 

 

 

 

 

 

 보성여관 소극장

 

                         2014 보성여관 생생문화재 프로그램 일정

 

  □ 문학특강 : 7/12(토), 8/9(토), 9/13(토) 오후 1:00 ~ 3:00

 

  □ 다도체험교실 : 7/5(토), 8/2(토), 9/6(토), 10/4(토), 11/1(토) 오후 1:00 ~ 2:00

 

  □ 보성여관 음악회 : 7/19(토), 8/16(토), 9/20(토), 10/18(토), 11/15(토) 오후 6:00 ~ 7:00

 

 

 

 

 

 

 

 

 

 

 

 

 

 아침 식사입니다.

삶은 계란과 커피는 당직자분께서 준비 해 주셨고 빵은 준비되어 있는 걸 우리가 직접 구워 먹었습니다.

 

 

 

 

 

 

 우리 숙소의 대청에 비치되어 있는 탁자.  도착하니 차의 고장답게 이곳에 우선 황차를 내 주시더군요.

 

 

 보성여관의 외관

 

 

보성여관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연 락 처 : 061)858-7528

 

입 장 료 : 1,000원

 

주   소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19 보성여관

 

 

 

 

 출발전 인증샷.  누군가 오토바이를 놓고가서 더 시골스럽게 느껴집니다.

 

 밤에 갔던 3학년 1반 카페 건물입니다.

이 거리엔 이런 근대식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런 자원과 어젯밤 만났던 벌교 주민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앞으로 이곳이 전국적인 명소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카페 사장님네 책방.

 

 

 

 

우리는 다시 순천 선암사를 향해 벌교를 떠납니다.

그러나  벌교에서 보았던 태백산맥속의 생생한 배경지와 만났던 순수하고 다정한

벌교사람들의 정이 꼭 한 번 다시 오리라는 무언의 약속을 남기게 합니다.

 

잊지 못할 벌교여,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