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라면 때문에 고민하다

서해안 나그네 2013. 3. 19. 00:11

 

  나는 라면을 무척 좋아한다.

때문에 집에는 항상 한 두 종류의 라면 몇 개씩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술을 먹고나서도  라면집에 들러 얼큰한  국물을 마시고 나면 속이 훨씬 편안해지는 게

금방 술이 깨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술 먹은 다음날 아침에도 자주 라면으로 속을 풀곤 한다.

 

혹자는 라면은 나트륨 덩어리라서 건강에 매우 좋지 못하다느니,  정 라면을 먹을려거든 건더기만 섭취하고

국물은 먹지 말라는 둥 주로 부정적 견해들이 지배적이지만 오랜 세월 익숙해져 온 라면맛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며칠전에도  퇴근길 슈퍼에 들러  5개들이 라면 두 봉지를 샀다.  평소 단골로 가던 슈퍼가 아닌 규모가 좀 작은  동네

나들가게였다.  진열대에는  근래에 보기드문  흰 국물의 00라면이 눈에 띄었다.  흰 국물의 순한 라면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때에는 시골 슈퍼에는 공급이 잘 안되어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그 후 잠시 유통이 되는듯 하다가 또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 날 슈퍼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이제는 찾는 사람이 없어 들여놓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라면이 내 눈에 확 다가온 것이었다.

나는 볼 것도 없이 그 흰 라면과 다른 일반 라면 1봉지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사온 라면을 끓여 먹다가 왠지 맛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먹어보았던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왜 그럴까 하고 라면 봉지를 살피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통기간이  이미 4,5개월 경과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이미 뱃속에  다 들어간 라면가락이 무슨 조화를 부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유 같은 걸 살 때도 기한이 임박한 것을 덤벙덤벙 사오는 바람에 아내한테 핀잔을 자주 듣곤 하는데  4개월이나 지난

라면을 사온 걸 알면 더더욱  잔소릴 들을 것이 뻔한 일이어서 날짜가 보이지 않게 잘 넣어 두었다.

 

그날 밤 나는 여러가지 생각에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아무리 조그만 시골 슈퍼라지만 그런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가격표시제 불이행만을 단속할 권한이 있으니 이걸 위생팀으로 넘겨 단속을 하게 할까!

그러다가 나는 다음날 가서 주의를 주고 혹 아직도 이런 물건들이 남아있는지 확인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전에 확인을 안한 내 잘못도 간과할 수 없고  어쩌다 가보면 손님도 별로 없는 가게를 모녀가 번갈아 가며 지키는 모습이

쓸쓸하게 떠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뿐 벌써 3주가 지났다.  그동안에  라면도 다 먹었다.  지나간 유통기간을 확인한 후론  눅눅한 맛이 좀 더 날뿐

몸에는 별 탈이 없었다.  주의를 주러 가면  다른걸로 바꿔달래야지 마음 먹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라면도 다 먹어버리고

나도 그 일에서 관심이 멀어져버린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신고하지 않은 게 참 다행한 일이었다.  벌칙이 무척 과하기  때문에 두 모녀에게는 큰 짐이 될 뻔 한

일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제 물건을 살 때는 꼭 유통기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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