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의 이름을 지금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왕벛꽃이라 말하는 이도 있고 또 어느 사람은 겹사구라라 부르기도 한다. 나도 기왕이면 일본 말보다 우리말이 들어간
왕벛꽃이란 이름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해마다 꽃이 필 때면 정확한 이름을 알아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일 하나조차도
실천하지 못하고 그냥 부르기로 한 것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이 꽃은 주위에 다른 벛꽃이 다 질 무렵에 피어 푸른 잎이 돋은 후까지도 남아있다. 연약한 바람에도
다 지고마는 일반 벛꽃과는 판이하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읍사무소 주위에 이런 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모두 약간의 분홍색 꽃들을 활짝 피우고 있다.
또 사무실 담장 주위로 신록이 아름답다. 피어나는 모든 나무의 잎들은 이무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지난 주 봄비에 나뭇잎이 어느 새 아기 손바닥만큼이나 성큼 자랐다.
이렇듯 길을 걷다보면 주위에 활짝핀 꽃이며 신록의 나무들이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별도의 카메라를 휴대하지 않아도 그저 휴대폰만 있으면 담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나이 먹은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키드득 거린다.
꽃들의 잔잔한 미소가 어느 새 나를 소년 시절로 되돌려 놓았었나 보다. 괜한 쑥스러움에 얼른 일어나 가던 길을 걸었다.
봄은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