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수집

신동엽 서사시 금강 1

서해안 나그네 2024. 9. 14. 00:22

하루하루 뉴스를  대하는 마음이  답답하다.

21세기  대한민국,  "이게  나라냐!",  "눈 떠 보니  독재국"이란  자조섞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온다.

정치란게  별거  있으랴,  그저  일반국민들  상식에  맞으면  되는 것을--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에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울분과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오늘부터  신동엽 시인의 《 금강》을  필사하기로  했다.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잘은  몰랐지만  그  무렵

그  노랜  침장이에게  잡혀가는

노래라  했다.

 

지 금,  이름은  달라졌지만

정오가  되면  그  하늘  아래로  오포가  울리었다.

             일  많이  한  사람  밥   많이  먹고

             일하지  않은  사람  밥  먹지  마라,

             오우우------ 하고.

 

질앗티

콩이삭  벼이삭  줍다  보면  하늘을

비행기  편대가  날아가고

그때마다  엄마는  그늘진  얼굴로

내  손  꼭  쥐며

밭두덕길  재촉했지.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그  가슴  두근거리는  큰  역사를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  그땐

그  오포  부는  하늘  아래  더러  살고  있었단다.

 

앞마을  뒷동산  해만  뜨면

철없는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기억  속에

그래서  그분들은  이따금

이야기의  씨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리.

 

그  이야기의  씨들은

떡잎이  솟고  가지가  갈라져

어느  가을  무성하게  꽃피리라.

 

그  일을  그분들은  예감했던  걸까.

그래서  눈보라치는  동짓달

콩강개  묻힌  아랫목에서

숨막히는  삼복  순이엄마  목매었던

그  정자나무  근처에서  부채로  매밋소리

날리며  조심조심  이야기했던  걸까.

 

배꼽  내놓고

아랫배  긁는

그  코흘리개  꼬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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