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뉴스를 대하는 마음이 답답하다.
21세기 대한민국, "이게 나라냐!", "눈 떠 보니 독재국"이란 자조섞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온다.
정치란게 별거 있으랴, 그저 일반국민들 상식에 맞으면 되는 것을--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에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울분과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오늘부터 신동엽 시인의 《 금강》을 필사하기로 했다.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잘은 몰랐지만 그 무렵
그 노랜 침장이에게 잡혀가는
노래라 했다.
지 금, 이름은 달라졌지만
정오가 되면 그 하늘 아래로 오포가 울리었다.
일 많이 한 사람 밥 많이 먹고
일하지 않은 사람 밥 먹지 마라,
오우우------ 하고.
질앗티
콩이삭 벼이삭 줍다 보면 하늘을
비행기 편대가 날아가고
그때마다 엄마는 그늘진 얼굴로
내 손 꼭 쥐며
밭두덕길 재촉했지.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그 가슴 두근거리는 큰 역사를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 그땐
그 오포 부는 하늘 아래 더러 살고 있었단다.
앞마을 뒷동산 해만 뜨면
철없는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기억 속에
그래서 그분들은 이따금
이야기의 씨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리.
그 이야기의 씨들은
떡잎이 솟고 가지가 갈라져
어느 가을 무성하게 꽃피리라.
그 일을 그분들은 예감했던 걸까.
그래서 눈보라치는 동짓달
콩강개 묻힌 아랫목에서
숨막히는 삼복 순이엄마 목매었던
그 정자나무 근처에서 부채로 매밋소리
날리며 조심조심 이야기했던 걸까.
배꼽 내놓고
아랫배 긁는
그 코흘리개 꼬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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