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사회 때였다.
대표이사라는 사람이 이사회에 직원들은 배석하지 말라는 지시를
몇 일 전 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는데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었다.
그 동안에도 팀장급 이상은 회의장에 배석하여 내용을 경청하고
때로는 이사들이 궁금 해 하는 사항에 대해서 답변을 하곤 하는 게
관례였다. 당연히 시간 있는 직원들이라면 팀장급이 아니더라도
배석해서 회의를 경청하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명확관화한 일이다.
때문에 공무원들도 자기 부서 업무 보고를 할 때면 뒤에 앉아
경청 하면서 나름대로 업무 수행에 참고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표이사가 암암리에 직원들 참석을 막은 이유는
단 한가지 였다.
자신의 똘마니 이사를 시켜 어떤 것 하나라도 트집을 잡아 나를 괴롭혀야
하는데, 말을 거침없이 하는 내 성격 탓에 자칫 잘 못 하다간
오히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수 있으니
혹시라도 직원들 앞에서 창피당하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욱 괘씸한 일이 있었다는 걸 역시 뒤에 알게되었다.
모 팀장이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다가 회의 참석 여부를
질문 받은 모양이었다. 그 팀장이 000 코디와 함께 참석할거라 답변하자
대뜸 한다는 말이 "코디급 같은 게 어디를 참석해!" 하면서
호통을 치더라는 것이었다.
'코디급 같은 거'라니. 이런 인격 모독적인 발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 직원을 처음 채용할 때 면접관들이 나에게 한 말이 있었다,
저 직원 다른데 못 가게 잘 잡으라고.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역시!"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회사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그 자리가 어떠한 자리인지
잘 모르고 입사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들보다 대우가 낮은 자리임에도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정말로 인성 좋고 실력이 뛰어난 직원이었다.
그런 젊은 인재들이 고향을 지키며 우리 회사에 들어와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여야함은 물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이
상급자의 마땅한 도리임에도 직원 면전에 대고
그런 험한 말을 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위 지역에서 말하는 주류 고등학교조차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해외 유학파 실력자에게 '코디급 같은 거'라니 ---.
누가 누구를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자기보다 힘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한없이 아양을 떨면서도
자기보다 낮은 부하 직원들한테는 온갖 갑질과 모욕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이 무슨 대표란 말인가!
이런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선각자 소크라테스는 일찌감치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명언을 남겨 놓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