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다.
당뇨가 있다는 진단을 받기 전 보다는 훨씬 먹는 빈도가 줄긴 하였지만
그래도 집에 몇 봉지씩은 비축량이 있어야지만 마음이 놓인다.
나에게 라면의 그 깊고 오묘한 맛이 각인되게 된 때는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 아닌가 싶다.
서울에서 육촌 누나가 왔었는데 나에게 라면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던 것이다.
시골 촌놈이 라면이 무언지도 모르고 누나가 적어준 쪽지를 들고
동네 입구 큰길가에 있던 구멍가게까지 뛰어가 라면을 사다 주었다.
가격이 25원쯤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심부름 값이었는지 누나가 먹어보라며 덜어준 꼬불꼬불하고
노르스름한 국수 한 가닥을 입에 넣는 순간, 와아!
머리속이 짜릿해져 옴을 느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국수가 있었다니!
지금까지도 그 때의 라면맛은 영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드라마속 서목하가 무인도에서 표류하다가 발견한 철지난
라면의 맛도 그랬을 것이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종류가 다양해진 요즘이지만
그 때 먹었던 라면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라면은 없는 것 같다.
라면의 좋은 점은 서민적이며 대중적이어서 바쁜 현대인들이
남녀노소 손쉽게 끓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다,
끓이는 시간, 물의 양, 들어가는 레시피에 따라 여러가지 맛을
낼수 있어 특별한 요리기술이 없어도 자기만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일게다.
오래 전 일본 후쿠오카의 대형 쇼핑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곳의 어느 라면가게에서는 키오스크에서 빈 자리를 찾아 결재를 하고
토끼장처럼 칸이 쳐진 1인용 자리에 앉으면 주방쪽 통로의 커텐이 열리고
질문지를 건네준다. 한 열가지 정도의 항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맵거나 덜 맵거나, 파를 넣을 때도 푸른쪽이냐 흰 부분만 넣느냐 등
자신의 기호에 맞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라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몸에 안좋은 인스턴트
식품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라면의 몸에 해로운 사례들만 골라
학위 논문을 작성하였다는 강사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시원한 라면 국물을 마시다가도 그 교수의 강의가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주춤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라면의 효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균형있게 함유되어 있어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미네랄과 비타민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영양가 높은 식품이라고 한다.
또한 라면의 스프에는 식초나 고추 등이 함유되어 있는데 우리 몸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여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그럴듯한 주장이 아니더라도 젊은 시절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뒤 야식집에서 친구와 먹던 라면 한 그릇이 숙취를 해소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도 뱃속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몸소 겪어본
사람이라면 라면의 효능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덕분에 배가 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감수하여야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라면을 먹는다.
아내의 잔소리, 어느 교수의 강의쯤으로는 나의 라면에 대한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라면의 깊고 풍부한, 차라리 오묘하기까지 한 그 맛의 유혹을
내 어찌 뿌리칠 수가 있단 말인가!
라면은 영원한 내 인생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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