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한 분이 카톡에 올려 주셨다, 영평사에 겹벚꽃이 한창이라고.
황사가 하도 심하여 가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얼굴 본지 긴 세월이 흐른 보고 싶은 얼굴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전날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시내 숙소에서 지냈는데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한 잠도 못잤다는
그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 보다는 세월이 빗겨간 듯 변함없는 젊음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만 늙어가나 싶은 생각에 잠시 서러움이 몰려왔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함께 했던 청춘시절의 얘기에서부터 여느 중년들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얘기, 자식들 얘기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반도의 거의 끝부분까지 가야하는 그에게 졸리면 쉬면서 천천히 가라는 나의 배웅에
또 볼 수 있도록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인삿말이 돌아왔다.
또 한 번 서글퍼졌다. 어느 새 그런 걱정을 들어야 하는 시절이 되었으니---
헤어진 후 결국 영평사로 향했다.
나온 김에 황사를 무시하고 그냥 가 보기로 한 것이었다.
한 시간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라서 사정이 어떻게 되든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큰 길에서 막 벗어나 영평사 입구 좁은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차들로 무척 혼잡했다.
꽃들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상춘객들이 이렇게 많은가 생각하면서 겨우겨우
경내로 접어들었는데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길모퉁이 부근에 어렵게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경내에는 커다란 텐트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사찰에 무슨 큰 행사가 있었던 것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신도들, 꽃구경 나온 관광객들로 혼잡한 산책로를 따라 함께 움직였다.
사람들을 피해 사진을 찍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나름 열심히 담고 있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옷과 카메라에 얼룩이 지는걸로 보아 흑비임에 틀림 없었다.
황사가 그토록 심하더니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나오는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영평사는 원래 구절초가 유명하여 예전에 와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겹벚꽃이며 연산홍 등이 많은 줄은 처음 알게 되었다.
날씨는 꿀꿀했지만 그런대로 보람된 휴일이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사 위기발령속의 나들이 - 천북 폐 목장, 청소역 (0) | 2023.04.26 |
---|---|
황사 위기경보 속의 나들이 - 보령시 충청수영성(2023.04.22) (0) | 2023.04.25 |
교육생과의 1박2일 - 여수 오동도 일원 (0) | 2023.04.17 |
교육생과의 1박2일 - 순천만 국가정원 (0) | 2023.04.13 |
교육생과의 1박2일 - 순천 노플라스틱카페, 기적의 놀이터 (0) | 202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