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만 볼 수 있는 부여의 진풍경이 있다.
밤에만 열리는 부여 고추시장이 바로 그것이다.
고추 수확이 시작되는 7,8월 동안 5일장이 열리는 부여시장 인근 효공원 주차장에는
새벽 2,3경 부터 아침 7,8시 까지 부여, 공주,서천,청양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전라도 지역에서까지 고추를 팔러 나온
농가들과 고추를 사러 온 식당 주인이며 일반인, 전국의 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러한 고추시장이 언제부터 형성되어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10년도 지역경제과에 근무할 당시 처음 목격하게 되었다.
부여장날이면 고추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심하게 막히는 사례가 발생하여
결국 공무원들이 질서유지를 위해 야간 근무를 서게 된 것이었는데, 나는 그 때
부여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10여 년이 훌쩍 지나 퇴직 후 다시 재단 일을 하게 되면서 금년 여름에 다시 이 곳을
찾게 되었는데 두 배 이상 커진 시장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엔 인근 지역민들이 주였었는데 이제는 전라도 진안농협의 고추포장 마대를
쉽게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타 시도까지 영역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부여는 결코 주요 고추 생산지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안동,영양,봉화,의성,괴산,단양 등 경북. 충북 지역이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로 알려져 있고, 이웃 청양은 지리적 표시제로 브랜드를 점유하고 있다.
경북 안동이 전국 최대 재배지(약 1400ha)로 서안동 농협의 경매 가격이
전국 고추 가격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추 주 생산지도 아닌 부여가 어떻게 이런 대규모 집산지가 될 수 있었을까?
우리 팀원들이 조사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나름대로의 이유가 였보인다.
전라도 지역의 고추 생산량이 적지 않으나,
가격면에서 저 평가되어 있는 반면 부여는 기본 생산량과 더불어
가격 방어가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전라도 고추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북. 충북 권역 시장까지의 지리적 여건 때문에
물류비용 대비 적정한 가격에 거래가 가능한 것도
부여에 상인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최근의 시장 상황일 것이고
먼 옛날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여 점점 시장의 규모를
갖추게 되기까지의 자연 발생적 현상들을 상상해 보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내년에도 부여의 야간 고추 시장이 또 어떠한 모습으로 선 보일지 기대된다.
단지 유통기능 뿐만 아니라 여름밤에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부여지역 명물로 키워 갈 방법은 없는 것인지
중지를 모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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