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보름이라 했다
그런 날이면 어쩌다 붉은 달을 볼 수 있다 했다
나는 그 달을 가슴에 품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한 남자를 만나 품었던 뜨거운 가슴으로,
달이 울고 있었다
붉게 멍든 가슴으로 울음 삼키고 있었다
아련한 등잔불 밑으로
다소곳이 아미 숙여 오는 밤이면
하, 조신하여 하얀 보름달 같았을 백제의 여인
깊고 아득한 눈빛으로 나신 슬어 내리며
굵고 단단한 두 팔로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를 안을 때마다
이 뜨거움은 무엇이란 말이냐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곰삭이며
젊은 계백은 되뇌었을 것이다.
칼을 받아라
나의 마지막 사랑이니라
여인은 울지 않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계백의 깊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 큰 사랑이 황홀하여 목을 길게 늘였다
늙으신 어머니와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백사장에서 평화롭게 모시조개를 건져 올리던 아이들
백강 위로 짙은 안개 서서히 풀리며 햇살 드러나고 있었다
계백은 울지 않았다
백제불멸의 제단에 바쳐질 운명
운명에 앞서 이미 스스로 내일을 정각했던 계백
그는 아들을 베인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다
투구를 들어 올린 소년은 입술이 붉었다
끝내 되돌아온 화랑의 용과 기를 죽일 수는 없었다
아비의 가슴으로 관창의 머리를 돌려보냈다
죽이지 않는 것이 자극하지 않는 것임을 계백은 익히 알고
있었다
황산벌 불멸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세상의 그 어느 사랑이
목숨을 접수함으로 사랑을 완성한 계백의 사랑보다 더 고귀한
사랑 있으랴
하늘까지 뻗친 장도의 날 끝에서 영원히 빛부실 휴머니즘이여
21세기의 청명한 동편의 밤하늘에
피를 삼킨 붉은 달이 울고 있었다
계백의 달이었다
< 윤 순 정님의 계백의 달>
이미 국운이 다 하였음을 직감한 계백이 '적의 손에 더럽게 죽느니 차라리 내 손에 죽으라'며 처자식의 목을 몸소 베고 황산벌 전투에 출정하는비장함을 아름다운 싯귀로 표현한 것 같다.
이 시는 논산의 백제군사박물관에도 새겨져 있어 같은 부여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한다.
6월 어느 휴일, 궁남지에 갔다가 시인 윤 순정님을 만나 본인의 시집 "계백의 달"을 선물 받았다.
그는 현재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 봉사를 하며 열심히 부여를
알리고 있다.
그런 날이면 어쩌다 붉은 달을 볼 수 있다 했다
나는 그 달을 가슴에 품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한 남자를 만나 품었던 뜨거운 가슴으로,
달이 울고 있었다
붉게 멍든 가슴으로 울음 삼키고 있었다
아련한 등잔불 밑으로
다소곳이 아미 숙여 오는 밤이면
하, 조신하여 하얀 보름달 같았을 백제의 여인
깊고 아득한 눈빛으로 나신 슬어 내리며
굵고 단단한 두 팔로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를 안을 때마다
이 뜨거움은 무엇이란 말이냐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곰삭이며
젊은 계백은 되뇌었을 것이다.
칼을 받아라
나의 마지막 사랑이니라
여인은 울지 않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계백의 깊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 큰 사랑이 황홀하여 목을 길게 늘였다
늙으신 어머니와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백사장에서 평화롭게 모시조개를 건져 올리던 아이들
백강 위로 짙은 안개 서서히 풀리며 햇살 드러나고 있었다
계백은 울지 않았다
백제불멸의 제단에 바쳐질 운명
운명에 앞서 이미 스스로 내일을 정각했던 계백
그는 아들을 베인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다
투구를 들어 올린 소년은 입술이 붉었다
끝내 되돌아온 화랑의 용과 기를 죽일 수는 없었다
아비의 가슴으로 관창의 머리를 돌려보냈다
죽이지 않는 것이 자극하지 않는 것임을 계백은 익히 알고
있었다
황산벌 불멸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세상의 그 어느 사랑이
목숨을 접수함으로 사랑을 완성한 계백의 사랑보다 더 고귀한
사랑 있으랴
하늘까지 뻗친 장도의 날 끝에서 영원히 빛부실 휴머니즘이여
21세기의 청명한 동편의 밤하늘에
피를 삼킨 붉은 달이 울고 있었다
계백의 달이었다
< 윤 순 정님의 계백의 달>
이미 국운이 다 하였음을 직감한 계백이 '적의 손에 더럽게 죽느니 차라리 내 손에 죽으라'며 처자식의 목을 몸소 베고 황산벌 전투에 출정하는비장함을 아름다운 싯귀로 표현한 것 같다.
이 시는 논산의 백제군사박물관에도 새겨져 있어 같은 부여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한다.
6월 어느 휴일, 궁남지에 갔다가 시인 윤 순정님을 만나 본인의 시집 "계백의 달"을 선물 받았다.
그는 현재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 봉사를 하며 열심히 부여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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