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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가는 교권

서해안 나그네 2012. 1. 30. 23:51

 

한 아이가 등굣길에 교문에서 생활지도를 하고 있던 교사로부터 벌을 받았다.

매를 맞았는지 기합을 받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마침 아이를 내려주고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학부형이 이 광경을 보고 당장에 달려가 선생님에게

봉변을 주었다고 한다.

최근에 관내의 모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그릇된 자식
사랑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물론 자기 자식이
벌 받는 모습을 보고 마음 편할 부모는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 그만한 잘못이 있었기에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감정적 행동을 보이기보다는 모른 척 덮어두는 쪽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의 권위가 침해되는 사례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슬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거나 체벌을 받는 경우 노골적으로 반항을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부모들도 자식이 체벌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 참지 못하고
교사들을 당혹케 하기 일쑤다. 심지어는 체벌을 받은 학생이 곧바로 경찰을 부르기까지하니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전통적인 우리의 사고는 선생님으로부터 체벌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대가이고 바른길로

인도하려는 사랑의 가르침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정에 돌아가 부모에게 일러바치는

일도 없었고 설령 부모가 그 사실을 안다고 해도 서운해 하거나 노발대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를
입학 시키면서 하는 일성이 " 이 자식은 이제 선생님한테 맡겼으니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주십시오" 하는 게 우리 부모님들의 사고였다.

촌지 문제도 그렇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받는 선생님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라 갖다 주고
뒤에서 욕하는 학부모들을 질책해야 할 일이다.
교사들이 금년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길 천만다행이라고까지 말하는 걸 보면 오죽했으면 그러랴 싶은 마음마저 든다.

예전에 퇴임을 앞둔 어느 교장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초임 교사 시절 하숙방에서 밤새워 가며 함께 공부한 제자가 중학교 입시에 합격하고나면 학부모들이 고맙다는 인사차 들르셨단다. 생선을 파시는 분은 생선 몇 마리를, 고무신 가게 하시는 분은 신발 한 켤레, 아니면 집에서 낳은 달걀 꾸러미 등을 주고 가셨는데 그야말로 그 속에는 부모님들의 진정어린 감사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서 받는 자신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풍속도도 물질문명 속에 봉투로 바뀌어, 이것은 스승에 대한 감사보다는 안주면 자기 자식이 소외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분수 넘치는 촌지 바람까지 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행실이 불량한 아이들 중에는 조금만 체벌을 가해도 올바르게 돌아올 것 같은 아이들이 있는데도 부모님들의 과잉 반응이 두려워 무관심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하셨다.

물론 체벌이 정당한 교육 방법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 상식선에서 때로는 필요한 교육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나친 행동으로 지탄받는 교사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 대다수의 교사들은 양심에 따라 국가 미래의 주역들을 길러내는데 헌신 해 오고 있다.

그분들에게 소신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이다. 스승을 존경할 줄 모르는 학생은 부모에 대한 효성심도 없다. 오늘날 인성 교육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곧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교육의 출발점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성과 학식이 겸비된 인재 양성은 학교와 가정의 협력 없이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스승 존경운동'을 사회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하여야 하는 시대, '선생님' 보다는 '교사' 라는 직업적 의미가 더 또렷이 인식되는 현실이고 보면,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이제 머언 옛날의 얘기가 되어버린 듯 하여 아쉬울 따름이다.

<2005. 6. 7 부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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