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친구의 권유로 난생 처음으로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년퇴임 후 보내는 시간들이 아직까지는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잘 보내고 있는데,
심심해 하는것처럼 보였는지 찬국, 민현 친구가 이따금씩 말을 꺼내곤 했다.
사소하게 들어가는 경비와 노력을 생각하면 사먹는게 훨씬 경제적이지만 작물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직장을 떠난지 2년째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자유를 만끽해 오고있다.
아내가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아내 출근 후 소소한 집안 살림하랴 TV시청, 유튜브 검색,
책읽기, 영화보기, 드럼연습 하다보면 하루가 쉽게 지나간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무언가 헛점을 보였나보다.
암튼 결국 찬국 친구를 따라 밭을 견학하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밭 한두렁쯤이겠지 생각했었는데 밭의 절반을 갈라 놓은게 50여평은 족히 될 것 같았다.
관리기로 밭을 다 갈아주고 퇴비며 각종 거름을 사다 뿌려주는가하면 비닐 멀칭까지 다
해주면서 지으라니 더는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친구가 또 어디 있겠나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이름을 지었다, 우정농장이라고.
처음부터 기록을 잘 남겨놓을걸 하는 후회가 들지만 앞으로 이곳에 영농일기를 쓰기로 하고
지나간 과정들을 소급해서 정리해 놓는다.
20.04.25
밭에 작물들을 심기 시작했다.
시내 모종나라에 가니 각종 어린 새싹들이 가득하다.
지금이 한창 텃밭을 가꿀때인지 모종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반토마토 세포기, 방울토마토 세포기, 가지와 오이 세포기, 참외 8포기를 심고
쑥갓 씨앗을 조금 뿌렸다.
찬국친구가 기른 상추묘를 조금 심고 소독해서 준 땅콩을 한두렁 심었다.
텃밭 가꾸기의 첫발을 내딛은 셈인데 어느 때 어느 작물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전혀
지식이 없다. 또 어떻게 관리하며 가꾸어야 하는지도--
농촌에서, 더구나 산업계장도 해보고 면장을 하면서 농업행정을 주로 관장했지만 막상
실전에 접어드니 아는 게 하나도 없다. 그 많은 세월동안 형식적인 이론과 숫자 놀이만
해 온 탓이려니 생각하니 겸연쩍은 느낌이 든다.
20. 05.03
일반고추모 6, 아삭이 고추 5, 청양고추 3포기 그리고 양배추 6포기를 사다 심었다.
모종값은 싼 편이라서 부담이 되진 않았다.
20.05.09
오늘은 고구마 한두렁과 당귀 4포기, 수박 3포기를 심고 시금치 씨앗을 뿌렸다.
고구마 심는 도구를 3천원 주고 사고 고구마싹은 한단에 8천원 주었다.
한단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모자라 부랴부랴 다시 가서 사다 심었다.
친구가 알려준대로 심는다고 심었는데 잘 심었는지 모르겠다.
며칠전 뿌린 쑥갓이 싹트기 시작했다.
20.05.10
민현 친구밭에서 분양해 온 부추를 심고 대파묘 일부를 더 사다 보충했다.
20.05.15
찬국친구가 오이를 너무 넓게 심은 것 같다며 조선오이 모종을 주어
중간에 더 심었다. 그리고 양배추를 평평한 데서 두렁으로 옮겨심었다.
텃밭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농사법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고구마 심는법도 뒤늦게 터득했지만 이미 버스 지나간뒤였다.
이제는 하루라도 밭에 안가면 궁금하다. 매일 찾아가 물도 주곤한다.
다행이 옆에 수로가 있어 조루로 물을 퍼다 주기가 용이하다.
인간관계로 잠시 마음이 혼란스러웠었는데 텃밭가꾸기에 신경쓰다보니
어느 정도 마음의 평온을 얻은 것 같다.
20.05.21
땅콩은 싹트는 기간이 꽤 긴 모양이다.
한두렁 심은 게 듬성듬성 싹이 나왔다. 그래도 그정도면 우리 식구는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찬국친구가 싹 틔운게 있다며 땅콩묘를 주어
중간중간 보식했다.
밭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시간인데 일에 길들여지지 않은 내몸은
뻐근하지 않은데가 없다.
20.05.22
토마토, 참외, 가지, 오이, 고추 양배추, 옥수수에 처음으로 비료를 주었다.
유튜브에서 본 NK비료를 사려고 했더니 농자재 가게 아주머니가 텃밭에 줄거라고 하자
원예용 복합비료를 주었다.
20.05.24
찬국 내외가 참외밭 마대를 걷고 검정비닐로 새롭게 도복하자고 했다.
마대는 공기가 통하고 빛이 투과되어 풀이 자라지만 검정비닐은 햇빛과 공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풀이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걷고보니 풀이 정말로 많이 자라나 있었다.
둘이서 직접 달려들어 마대를 걷어내고 준비해온 검정비닐로 새롭게 도복해 주었다.
저토록 모든걸 다해주면서 농삿일을 가르쳐주는 친구가 어디 또 있을까!
찬국친구가 직접 싹틔운 참외묘 8포기를 기존 참외 주변에 나누어 심었다.
20.06.10
오이가 제법 자라서 열리기 시작했는데 일부가 노균병에 걸렸다.
만원을 주고 산 농약을 뿌렸다, 옆에 참외밭에도.
20.06.12
상추밭 마대도 참외밭처럼 걷어냈다.
풀이 자라면서 마대가 자꾸만 부풀어 올라 내린 결정이었다.
잡초를 제거하고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텃밭 가꾸기는 잡초와의 전쟁이라더니 그말이 맞는 것 같다.
20.06.13
토마토, 참외, 고추, 오이, 수박에 2차로 복합비료를 주었다.
2차 시비는 다른걸 주어야지만 난 남아있는 복합비료를
그냥 계속 줄 생각이다.
오이 8개, 토마토 2개를 처음으로 수확했다.
20.06.14
오전에 오이, 참외에 2차로 노균병약을 살포했다.
부추밭에 있던 검정비닐 도복을 벗겨주었다.
아내는 상추, 적케일, 시금치, 쑥갓을 뜯었다.
상추 종류는 어찌나 잘 자라는지 벌써 여러번 채취했다.
20.06.16
아침 일찍 양배추에 청벌레 농약을 살포하고
땅콩에 처음으로 추비를 주었다.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쓰던 복합비료를 그냥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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