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궁남지가 뜨고 있다.
그동안 고란사, 낙화암이 부여를 알리는 대명사처럼 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궁남지도 당당하게 그 대열에 끼어 들었다. 연꽃이 만개한 요즈음 수백명의 1일 관광객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오는 이 마다 탄성을 절로 자아내는 걸 보면서 부여인의 한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궁남지의 하루는 사진 작가들의 분주한 손놀림 속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일찍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알 수야 없지만 먼 길을 달려온 그들이 여독도 잊은 채 이곳저곳 연꽃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미를 추구하려는 그들의 열정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좀 잦아질 무렵이면 일반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오전에 관광객이 많은 이유는 수련의
개화한 모습을 오후에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 궁남지는 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연꽃이 만개하는 7,8월이 가장 활기가 넘쳐 흐른다.
갓 피어난 홍련의 화사한 모습은 생기 넘치는 젊은 여인의 홍안 같고, 우아하고 고풍스런 백련의 모습은 인생의 경지에 다다른 도인의 평온한 얼굴을 연상케 한다.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게 마음껏 부풀어 오른 연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새라도 심청이가 환생 해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비가 내릴 때면 푸른 연잎은 수정처럼 맑은 물방울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살며시 몸을 기우려 모두 쏟아 버린다. 그래서 연잎에는 항상 일정량의 물방울만 고여 있다. 어쩜 욕심 많은 인간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면 위를 잔잔하게 퍼져 나가는 물양귀비와 노랑 왜개연, 군데군데 무리져 떠 있는 아름다운 수련들, 자주빛 꽃망울을 살며시 치켜세우는 가시연 등 궁남지에는 10 여종의 연꽃이 심어져 있다. 신기하게도 수련은 정오가 지나면 활짝 펼쳤던 꽃잎을 모두 닫아 버리기 때문에 오후에는 그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탐방로 주변에는 각종 야생화가 자라고 있는데, 그 종류가 60 여종에 이르러 봄부터 가을까지 교대로 꽃을 피운다.
요즈음은 원추리와 부처꽃이 연과 함께 절정을 이루고 있다.
또한 궁남지 일대에는 온갖 수생 동.식물과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 생태계의 보고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의 자연관찰 학습장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 연지와 야생화 단지를 구경하다 보면 궁남지 본래의 연못을 만나게 된다.
약 1만 5천여 평의 연못 주위에는 어린 버드나무에서부터 온갖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듯한 고목에 이르기까지 척척
늘어진 버들가지가 유연스런 몸매를 자랑하고 있고, 사랑하는 연인과 거닐면 더욱 좋을 듯한 목교를 건너 방장선산의
포룡정에 올라서면 백련향을 머금은 미풍이 나그네의 더위를 식혀준다.
신선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곳, 궁남지.
오늘날의 궁남지가 있기까지 헌신 해 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23일부터 개최되는 연꽃축제의 대 성황을
기대 해 본다.
<2004. 7. 20 부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