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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효과

서해안 나그네 2012. 3. 19. 23:40

얼마 전 문화원 사무국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중앙의 모 일간지 기자가 외산면 반교리에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집무실인 '휴휴당' 취재 안내를 부탁하여
함께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취재가 점점 늦어지면서 점심 예약시간을 몇 번씩 변경하게 되어 뒤늦게 도착한 후 사과의 뜻을 표하자,
식당 주인은 오히려 '오늘은 음식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니 아무 걱정말라'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주말이나 되어야 버스 몇 대 정도 들어오던 곳에 요즈음은 평일에도 대박을 내고있는 모양이다.
이 모두가 최근에 나온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6권의 덕을 톡톡히 보고있는 것이다.

지난 5월 필자도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는 백제유적답사에 참여하여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음식 맛이
상당히 토속적이고 정갈하였다.

유교수가 책 속에 '내고향 부여'를 소개하면서 '무량사의 사하촌 식당'이란 소재로 잘 설명했기 때문에 무량사 답사를 마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실제로 문화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답사 코스를 꾸밀 때에도 점심은 되도록 무량사 입구에서 먹을 수 있도록 요구를 한다니 반교리 청년회원으로서 애향심 또한 대단한 것 같다.

사실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처음 나오면서 전 국민의 답사열기가 고조되었고, 우리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발행된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에서는 4회에 걸쳐 부여와 인근 관촉사 및 성주사지를 함께 소개했다.

전에도 부여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오지만 5권에서처럼 4회에 걸친 분량을 할애했다는 것은 부여군으로서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부여와 인연을 맺은, 당신의 말대로 내 고향 부여에 대한 깊은 애정의 표현인 것 같다.
부여에 인연을 맺게된 동기며, 그 동안 외산 사람들과 만나며 겪은 이야기들이 구수하게 함께 수록돼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답사기의 발자취를 따라 부여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직접 들고 여행을 온 여행객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5월 답사 때에도 버스 3대가 동원되었다. 부여사람은 필자와 문화원 관계자 서너 명 뿐 모두가 전국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자 부여군에서는 답사 일정의 횟수를 늘렸다.
유홍준 교수의 일정은 원래 가을에 두 차례 남아있었는데 오는 8월 24일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에서의 특강을 더
준비한 모양이다.

답사기의 내용들이 미사여구나 전문용어가 아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맥들로 구성된 것처럼, 이 분의 성품도
고급 관료 출신이나 대학교수라기보다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어서 강의도 편하고 재밌게 들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부여는 알게모르게 '유홍준'이란 명사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광고의 효과로

따지자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

찾아보면 부여출신 명사들도 꽤 많을 것이다. 사회적 저명인사는 곧장 지역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분들에 대한 적절한 예우와 긴밀한 협조 체제로 더욱 발전적인 활용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21C 부여신문  2011.8.1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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