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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서해안 나그네 2012. 3. 18. 11:59

 

올 설 연휴는 구제역 초소 비상근무로 시작되었다.
늘어난 귀성차량 때문에 바쁘게 분사 소독기의 스위치를 작동하고 있는데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대통령의 음성 메시지였다.

명절 때면 의례히 전해오는 멘트에다 그다지 듣고 싶은 음성이 아니라서 곧바로 끊어 버렸다.

바로 전날 국민이 원하지도 않았던, 제작 과정에서부터 말썽이 많았던 대국민 TV연설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그 말이 귀에 들어 올 리도 없었다. 

서로 덕담을 나눠야 할 정초에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공약 무산 발언으로 온 충청 도민이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서 받은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맞은 펀치라서  그 충격은 더욱 큰 것 같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말바꾸기를 밥 먹듯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충청권 표를 의식해서 했던 말이라니---.
아무리 公約이 空約인 시대이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국이 또 소모적인 분쟁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자의 먹잇감을 채뜰어가려는 하이에나들처럼 각자의 주장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그동안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약을 실천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빌미를 제공했으니 앞으로 얼마동안 아옹다옹
다투어야할지 모를 일이다.

하이에나 무리가 결국 사자의 먹이를 빼앗아 버리듯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그 꼴이 되고 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충청지역 수장들의 성명이 있긴 하였지만 그야 당연한 것으로 큰 힘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고, 자유선진당 역시 지역 정당이란

한계가 있다.

민주당 또한 말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광주지역 출신들이 자기네 지역구로 몰고 가려 한다는 얘길 들어보면 그들 역시 믿을 수 없다. 언론도 지역 언론만 충청도민의 분위기를 전할뿐 중앙 언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 한 것 같다.

결국 충청도민의 결집된 힘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도민이 무섭게 일어설 때 언론도 주목하고 지역 정치인들도 발 벗고 뛸 것이며 정부 여당도 압박을 받을 것이다.

솔직히 우리 충청인은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면 잘 나서지 않는 단점이 있다.

세종시 문제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연기 일원에서만 목소릴 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

이번 사건도 그럴 공산이 크다.

이런 일은 정치인이나 일부 시민단체만이 하는 일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된다.  도민의 공통적 이익, 충청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좋을땐 웃을 줄 알고 화날 땐 분노할 줄 아는 도민이 되어보자.

언제까지 그런 무표정한 모습으로 '충청도 핫바지' 소릴 들으며 이리저리 터지고만 다닐 것인가.

만약에 이런 일이 전라도나 경상도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수도권은 물론 온 나라가 들썩일 것이다.

비록 불은 늦게 붙지만 한 번 붙은 불은 그 화력이 대단하여 꺼질 줄 모르는 게 우리 충청인의 기질이다.

그 저력으로 국제과학비지니스 벨트 충청권 입지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이제 국민은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그것이 나라님 말씀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권력자의 거짓말은 어떻게든 정당화되고 일반 서민의 직언과 올바른 몸짓은 국격을 해하는 것으로
매도당하고 저지당하는 그런 세상,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1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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