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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책의 양면성

서해안 나그네 2012. 3. 11. 14:06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조기집행의 노이로제에서 해방 되었다.

올 해 예산을 상반기에 거의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집행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반면 실적이 저조한 지자체는 상급부서의 감사를 받아야 하고 예산상 각종

불이익을 주는 바람에 때 아닌 돈주기 경쟁을 벌여야 했다.

걸핏하면 회의소집을 하는가 하면 매일같이 내부 전산망에 부서별,  자치단체별 순위가 올라와 경쟁을 부추겼다.

관리자들은 행여 뒤질세라 매일같이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급금을 받아야하는 건설회사는 채 이루어지지도 않은 공정에 맞춰 서류를 만드느라 애를먹기도 하였다.

돈 좀 빨리 지급해 달라고 사정하던 때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는데 이제는 제발 돈 좀 가져가 달라고 사정하고 있으니

살다 살다 별 일 다 보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지시에 따르면서도 이래도 되는 건지 의아 해 하며 사실은  집행실적이 우수하다고 하는 지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이다.  정상적 회계 절차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사업예산 위주로 상반기 조기집행은 매년 추진 해 왔다. 최악의 경기 불황속에서 응굽 처방이 필요하긴 하지만

한 시기에 모든 예산 집행이 집중하는 건 분명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회사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런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번에 일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장비 구하기가 힘든데다 임대료가 인상되어 회사부담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갑자기 인력이 부족하여 직원을 채용했는데 하반기 일거리가 줄어들면 다시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한다. 사업의 연중 분배가 아쉬운 대목이다.

조기집행에 이어 최근에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라는 게 생겼다. 기존의 공공근로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 공공근로 인력이

여기에 다 흡수되었다.

다만 희망근로는 연령 초과로 공공근로에 참여할 수 없었던 노인 인력까지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근로도 마찬가지였지만 기관에서  시행하는 희망근로는 개인 일 가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그나마 일 할 수 있는 노동력을 모두 흡수당해 일손이 달려 야단들이다.

품삯이 올랐는데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단다.  원래도 외국인 노동자까지 구해다 쓰던 형편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죽을 지경이란다.

무리하게 시행 해 온 정부 시책이 효과를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 회복은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무리한 국가재정 운영으로 내년도 복지 예산이 대폭 감소했다는 우울한 소리도 들린다.

담보가 없어, 신용이 낮아 몇 억을 대출받지 못해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아직도 부지기수다.

정부에서는 이따금씩 수천억의 중소기업 자금을  풀었다고 언론에 선전하지만 막상 혜택을 보는 기업은 그리 많지않다.
금융기관의 규제 사항이 변하지 않는 한 그림의 떡인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중소기업이 활성화되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임시 처방도 중요하지만 평생직장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은 인원이나마 실질적 부양책이 절실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09.8.21 동양일보 <프리즘>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