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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부여군 의회에 바란다

서해안 나그네 2012. 2. 16. 23:38

 

지난 7.3일 제5대 부여군 의회가 출범했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길고 긴 각고의 시간을 거쳐 의회에 진출하신 분들께 우선 축하 드리며,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첫번째로 당부 드리고자 하는 것은 권위주의에서 탈피 해 달라는 것이다. 초심을 버리지 말고 선거운동 기간동안
보여주었던 겸손함을 끝까지 유지하여야 함에도, 당선이 되고나면 어느 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요즈음 혁신의 참고서로 널리 읽히고 있는 잭 웰치의 자서전에도 기업 혁신의 장애요소 중 하나로 관료제적 권위주의를 꼽고 있다.

모든 주권은 주민에게 있고 의원과 자치단체장은 주민이 뽑아놓은 '심부름꾼'임에도 본분을 망각하고 주인 행세를
하려다보니 잡음이 일게 마련이다. 그나마 지역민들에게는 좀 덜한 편이다.

군수산하 공무원들은 마치 자기 하수인인 양, 언행을 함부로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그들도 공무원이기 이전에 주권을 가진 군민의 한사람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의정 활동의 평가가 공무원의 입을 통해 주민에게 전파된다는 점에서 그들은 분명 여론 형성층임을 잊지말라.

다음으로는 행정에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물론 의회의 가장 큰 기능이 집행부의 견제 기능이긴 하지만, 견제와 간섭은 엄연히 다르다. 결과에 따라 시시비비를
판단하면 될 것을 처음부터 사사건건 끼어들다 보니 행정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괜한 오해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솔직한 심정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제발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경우가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시끄러운 의원은 단지 귀찮을뿐이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그런 의원치고 질문만 잔뜩 던져놓고는 실과장이 답변을 어떻게 하든 보충 질의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아는 게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 한미디를 하더라도 핵심을 꿰뚫는 안목을 가진 의원을 공무원들은 존경하고 두려워 한다.

세번째로는 소지역주의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과거 한정된 사업을 서로 가져가려는 바람에 행정 공무원들만 애를 먹고 사업 시기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자기 지역구를 챙기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대승적 견지에서 부여군 전체를 아우르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부여군이 안고있는 현안문제들을 풀어 나가는데 의회의 힘을 모아 주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전국에서 도로 확.포장 할 곳은 부여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제는 가만 있어도 해주지 않겠냐는 자조섞인 말들이 나올까.
우리군은 전국 신활력지역 사업 70군데 중 한 곳이다. 신활력 지역이란 곧 낙후지역을 의미하는 것인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 공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의 진정한 공적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세인들에게 알려지게 마련이다.
사업계획에 따라 국가 예산을 투자하여 시행하는 사업을 온통 자기가 다 노력해서 이루어진 것처럼 과시하는데는
이미 많은 주민들이 식상해 있다.
최근 모 사업을 놓고 의회가 개원도 하기전에 서로간에 업적 다툼을 한다는 소릴 들으면서 걱정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진정한 지도자는 권력으로 사람을 모으지 않고 덕망과 지혜로써 스스로 모여들게 한다고 하였다.
'알다, 이해하다'란 뜻을 가진 영어의 understand를 나누어 보면, '아래'라는 뜻의 under와 '서다'라는 뜻의 stand로 구분된다.
곧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아래에 선다는 뜻이니 우리 속담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 만큼 오히려 세인들로부터 추앙받게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 존경받는 부여군 의회가 돼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06. 7. 6 21c 부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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