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 홀로여행에 제법 익숙해졌다.
제주도에 혼자 와 보기는 처음,
예전에 들었던 허접한 농담중에 빚을 지고 마라도에 가면 안 갚아도 되지만
가파도로 가면 갚아야 한다는 그 가파도에 처음 발길을 디뎌본다.
배 승선 시간에 임박하여 운진항에 도착한 탓으로 급히 표를 받아 나오는데 "면장님!" 하는 소리에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굳은 채 바라보는데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
모자며 마스크며 선글라스를 벗어 보이는 그는 김영진 우체국장이었다.
내외분이 마라도를 가는 중이라고 하였다.
세상 참 좁다, 이런데서 지인을 만날 줄이야!
배 시간이 급해 몇 마디 얘길 나누고 헤어졌다.
15분 남짓 운항끝에 가파도에 도착했다.
날씨는 무더운데 멀리 수평선은 보이질 않는다.
흐린 날인지 맑은 날인지 구분하기 애매하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처음 와 본 가파도를 한바퀴 돌아 보았다.
나를 태워다 준 배가 먼저 들어왔던 사람들을 태우고 바로 떠난다.
약 두 시간 가량의 관람 시간을 두고 왕복 승선권이 묶여져 있다.
한라산은 가려져 보이질 않고 산방산만 희미하게 보인다.
가파도 청보리밭을 머릿속에 많이 그려 보았는데 이미 누렇게 익었다.
어느 곳은 수확을 끝낸 곳도---
가파도에서 가장 높은 곳, 전망대
가파도 일주 해안도로. 자전거를 빌려 도는 사람들도 많다.
해안가에 이런 냥이 바위가---
불 턱
"불턱은 일종의 탈의실인데 해녀들이 물길을 하면서 옷을 갈아 입거나
불을 쬐며 쉬는 곳으로 공동체 의식을 나누는 공간이다.
'화톳불'과 그 의미가 유사한데, '불'은 글자 그대로 불씨를 뜻하며
'턱'은 '불자리'를 뜻한다."
돈 물 깍
"바닷가의 샘 끄트머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
'돈물'은 담수를 일컫는 제주지역어로, 바닷물 즉 짠물과 대비되는 말인데,
바닷가 마을에는 소금기 없는 담수가 비교적 적지만 바닷가에 용출하는 샘이
몇 개는 있게 마련이어서 제주지역 어디나 바닷가 마을이
공히 사용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쉬어 가라는 얘긴지-- 자전거에 정거장이란 팻말이 정겹다.
제 단(짓단)
"매년 정월달에 정일과 해일을 택하여 마을에서 제관 8~9명을 선정하여
2박3일 숙식하며 재물을 생으로 진설하고 국가와 마을에 평안을 비는
제를 지내는 장소로서, 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일종의 사당인 집을
'짓단집'이라 하고 그 집이 있었던 밭을 '짓단집밭(제단집)'이라고 부른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보인다. 날씨가 흐린게 아쉬울 뿐이다.
가파도의 무덤군
어딜 가나 무슨 소원들이 이리 많을까!
배 승선 시간이 30분쯤 남아 있어 점심을 가파도에서 먹기로 하였다.
선착장 근처 식당에 들러 30분 안에 먹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충분하다면서 앉으란다.
처음 먹어본 문어짜장이었는데 특별하게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이제 언제 또 와볼지 모르는 가파도 선착장 마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올 때는 배 난간에 기대어 바닷속을 살펴 본다.
들어오는 배 안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우우! 하면서 일어나기에 봤더니
돌고래 떼가 우리들 배 옆에서 자맥질을 하면서 따라왔다.
아까 찍지 못한 돌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행운은 다시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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