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에 가느냐가중요한 게 아니라졸업 후 취업의 문제가 더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이었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공무원으로서 사립대 보내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던 가난한 아버지의 고민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반 장학생으로 선발된 지방 국립대를 포기하고 서울의 사립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밤 새 합격 통지서가 떠 있는 컴퓨터 앞에서 훌쩍거리고 있는 딸 아이를 보고, '저러다간 애 죽이게 생겼으니 그냥 보내자'면서
아내마저 손을 들고 말았던 것이었다.
하기야 그 흔한 과외 한 번 시켜주지 못하고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그만한 결과를 얻어냈으니 고맙고 미안한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사실 서울의 사립대학 교육비는 장난이 아니었다. 입학 당시나 지금이나 국립대의 몇배가 들어간다. 좋은대학에 다닌다는 소릴 들을때면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등록금이며 생활비 충당하기가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충족한 생활비도 못보내주니 혼자 자취하랴
과외해서 용돈쓰랴 고생하면서 공부하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부모의 뜻을 어기고 서울로 갔으니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
내놓고 불평은 못하는 눈치이다.
둘째 녀석은 제 실력이 모자라니 지방국립대도 황공한 일이었다.
두 개 과를 동시에 합격해 놓고 나는 취업 문이 넓은 토목과를 원했지만 녀석은 수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결국 농대를 택했다.
이 역시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과를 억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애도 혼자 자취 생활을 하다가 둘이동시에 다니면 학비부담이 크다며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 입대를 하였다.
1월이면 일병 진급한다면서 오늘도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밝아서 안심이 되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 잘 한다는 말은 옛 말, 지금은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모를 만나 고생하면서도 불평없이 착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항상고맙게 느껴진다.
입시철을 맞이하여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갈등을 겪고있을까 생각하니 불현듯 4년 전 일이 떠올라 몇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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