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아들 녀석이 제 누나한테 전화를 한 모양인데 군대 생활이 너무 짜증나
그날은 정말 돌아버릴 것 같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걱정이 되어 나한테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그 메일을 본 순간 나도 무척이나 당황했다. 한달 전 백일 휴가를 다녀갈 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던 애가 갑자기 왠 일일까.
가끔 전화 올 때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녀석이 행여 부모가 걱정할까봐 속내를 들어내지 안했던 모양이었다.
교육성적이 우수하여 표창을 받아 1월에 포상 휴가 나올거라고 기대했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연유에선지 포상휴가가
취소되었다고 전화 온 뒤로 무척 사기가 저하된 것을 직감 할 수 있었다. 그런데다 고참들이 신경을 돋구는 모양이었다.
그 어린 것이 부모 걱정할까봐 자기의 고통을 말 할 수 없었던 심정이 얼마나 또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
일반 사회에서 있었던 일같으면 당장에라도 찾아가 소리라도 지르겠지만 그럴수도 없는 군대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러잖아도 다른 애들은 백일 휴가 전에도 면회를 가는데 얘는 왜 면회외박이 안되니 오지 말라는 것이냐며 아내는 늘 걱정이었다.
규정상 면회가 금지된 것은 아니고 부대 분위기가 면회 외박을 하면 눈치먹기 딱 좋은 분위기라서 녀석이 면회 오는 걸 극구 사양하고
있는 것이었다.
불안과 분노에 혈압이 오른 상태에서 때마침 PD 수첩에서 유학생 병역비리 사례가 보도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니 더욱 화가
치밀고 돈없어 유학 못보낸 애비의 잘못으로 군대 입대하여 그런 고생을 겪나보다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여겨지며
자식들에게 큰 죄를 지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아들 녀석의 생일이 바로 3일 전이었는데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 짝이없었다.
대학입시 걱정하다 보면 금새 군대 걱정해야되고 또 그러다보면 취업걱정해야되고---.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정말로 무자식 상팔자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날 난 이런저런 생각에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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