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하기로 하고 처음 처가를 방문하였을 적에 장모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오메가 손목시계였다.
80년대 초반, 상당한 금액의 귀중품이었지만 그 시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어느 겨울날 하숙방 출입문 앞에 벗어놓고 잤는데 문 틈새로 들어온 찬바람에 얼어붙었는지 시계 바늘이 멈춰 서 있었다.
한참을 쥐고 호호 입김을 불자 바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 후로는 하루에 몇 분씩 느려지기 일쑤였다.
저녁때 한 번 새벽에 한 번 불을 지피던 방이라 좀 춥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방안의 물건들이 얼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시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금은방에 수리를 부탁했더니만 고치기 어렵다면서 웬만하면 뜯지말고 그냥 차라는 것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짝퉁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그 시계를 버리고 다시 산 것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세이코 돌체' 시계이다.
당시 30만원 정도 하던 것으로 그래도 제법 고급시계에 속했었다.
흠집이 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도 천으로 닦으면 반질반질 윤이나고 시간도 정확히 잘 맞는다.
남들이 보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20년이 훌쩍 넘도록 내 맥박 소리를 들으며 함께 해 온 그야말로 나에겐 명품중의 명품이다.
어쩌다 전지를 교체하러 갈 때면 선배 형도 참 오래 찬다면서 무척이나 반가워 하신다. 종업원 시절에 판매했던 것이니만큼 내 시계를 보면 어려웠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것이다.
요즈음 가짜 명품 때문에 멍든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한 명품이 어느 날 갑자기 가짜라고 판명되었을 때 밀려오는허탈감은 그래도 돈 많은 명품족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니 다행이지만, 가짜 명품시계 한 개 값이 내 월급을 2년간 한 푼 안쓰고 모은 금액과 맞먹는다는 소릴 들을 때면 정말로 세상 살 맛이 나질 않는다.
가짜명품은 흉내 내기나 판매수법도 교묘하여 국내 굴지의 백화점마저 농락당하고 말았다. 족보도 없는 화장품이 유명 해외 브랜드로 둔갑하여 고가에 판매 되는가 하면, 가짜 명품시계 특별전이 열리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허영심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만하다. 혹자는 그 구매 대상이 돈 잘 버는 연예인들이나 일부 부유층들이니 속아서 돈 좀 없앤들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가지나 무분별한 허영심의 소유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개중에는 능력에 맞지않게 명품병에 걸려 경제적 파탄을 초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더 큰 문제는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이상 개인의 욕심을 억제하지 못해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명품이란 행복지수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무리 값싼 물건일지라도 나와 궁합이 잘 맞아 애착이 느껴지고 자신의 혼이 묻어나는 것이라면 그게 바로 명품인 것이다.
몇 년 전 추석 명절에 막내 형수가 제철도 아닌 밍크코트를 가져왔다. 3백만원 넘게 주고 산 것인데 집이 비어있으니 도둑 맞을까봐 불안해서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물건이면 무엇할까.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품이 아니라 폭탄일 수밖에 없다.
또한 명품은 소유자의 수준과 일치하여야 한다. 역시 결혼 초 장모님께서는 사위나 아들들에게 소위 '메이커 옷'을 사주시곤 했다.
입성이 좋아야 남자가 돋보인다는 게 장모님의 지론이셨고 그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시다.
지금은 그 브랜드가 대중화 되어서 별거 아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시골 공무원에게는 과분한 게 사실이었다.
때마침 업무적으로 큰 사건이 있었는데 내가 옷을 잘 입고 다닌다 해서 나름대로 내사를 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지금 그 시끄러운 '빈센트 앤 코'를 차고 다닌다면 아마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렇듯 명품이란 그 사람의 인격, 사회적 지위, 경제력 등 모든 게 서로 어울릴 수 있을 때 빛이 나는 것이지 그렇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자신을 얽어매는 사슬이 될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바와 같이 진정한 명품의 의미는 마음 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니만큼 괜한 허영심으로 짝퉁업자들에게 농락당하지 말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자신감과 애착을 가져보라.
그러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명품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금도 내 손목에는 세이코 돌체 시계가 내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어가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에겐 자랑스러운 명품중의 명품인 것이다.
< 2006. 9. 21 부여투데이 >
80년대 초반, 상당한 금액의 귀중품이었지만 그 시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어느 겨울날 하숙방 출입문 앞에 벗어놓고 잤는데 문 틈새로 들어온 찬바람에 얼어붙었는지 시계 바늘이 멈춰 서 있었다.
한참을 쥐고 호호 입김을 불자 바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 후로는 하루에 몇 분씩 느려지기 일쑤였다.
저녁때 한 번 새벽에 한 번 불을 지피던 방이라 좀 춥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방안의 물건들이 얼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시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금은방에 수리를 부탁했더니만 고치기 어렵다면서 웬만하면 뜯지말고 그냥 차라는 것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짝퉁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그 시계를 버리고 다시 산 것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세이코 돌체' 시계이다.
당시 30만원 정도 하던 것으로 그래도 제법 고급시계에 속했었다.
흠집이 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도 천으로 닦으면 반질반질 윤이나고 시간도 정확히 잘 맞는다.
남들이 보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20년이 훌쩍 넘도록 내 맥박 소리를 들으며 함께 해 온 그야말로 나에겐 명품중의 명품이다.
어쩌다 전지를 교체하러 갈 때면 선배 형도 참 오래 찬다면서 무척이나 반가워 하신다. 종업원 시절에 판매했던 것이니만큼 내 시계를 보면 어려웠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것이다.
요즈음 가짜 명품 때문에 멍든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한 명품이 어느 날 갑자기 가짜라고 판명되었을 때 밀려오는허탈감은 그래도 돈 많은 명품족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니 다행이지만, 가짜 명품시계 한 개 값이 내 월급을 2년간 한 푼 안쓰고 모은 금액과 맞먹는다는 소릴 들을 때면 정말로 세상 살 맛이 나질 않는다.
가짜명품은 흉내 내기나 판매수법도 교묘하여 국내 굴지의 백화점마저 농락당하고 말았다. 족보도 없는 화장품이 유명 해외 브랜드로 둔갑하여 고가에 판매 되는가 하면, 가짜 명품시계 특별전이 열리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허영심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만하다. 혹자는 그 구매 대상이 돈 잘 버는 연예인들이나 일부 부유층들이니 속아서 돈 좀 없앤들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가지나 무분별한 허영심의 소유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개중에는 능력에 맞지않게 명품병에 걸려 경제적 파탄을 초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더 큰 문제는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이상 개인의 욕심을 억제하지 못해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명품이란 행복지수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무리 값싼 물건일지라도 나와 궁합이 잘 맞아 애착이 느껴지고 자신의 혼이 묻어나는 것이라면 그게 바로 명품인 것이다.
몇 년 전 추석 명절에 막내 형수가 제철도 아닌 밍크코트를 가져왔다. 3백만원 넘게 주고 산 것인데 집이 비어있으니 도둑 맞을까봐 불안해서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물건이면 무엇할까.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품이 아니라 폭탄일 수밖에 없다.
또한 명품은 소유자의 수준과 일치하여야 한다. 역시 결혼 초 장모님께서는 사위나 아들들에게 소위 '메이커 옷'을 사주시곤 했다.
입성이 좋아야 남자가 돋보인다는 게 장모님의 지론이셨고 그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시다.
지금은 그 브랜드가 대중화 되어서 별거 아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시골 공무원에게는 과분한 게 사실이었다.
때마침 업무적으로 큰 사건이 있었는데 내가 옷을 잘 입고 다닌다 해서 나름대로 내사를 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지금 그 시끄러운 '빈센트 앤 코'를 차고 다닌다면 아마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렇듯 명품이란 그 사람의 인격, 사회적 지위, 경제력 등 모든 게 서로 어울릴 수 있을 때 빛이 나는 것이지 그렇지 못할 경우엔 오히려 자신을 얽어매는 사슬이 될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바와 같이 진정한 명품의 의미는 마음 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니만큼 괜한 허영심으로 짝퉁업자들에게 농락당하지 말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자신감과 애착을 가져보라.
그러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명품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금도 내 손목에는 세이코 돌체 시계가 내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어가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에겐 자랑스러운 명품중의 명품인 것이다.
< 2006. 9. 21 부여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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