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한 분이 낙화암 안내 간판이 잘 못 되어 있다는 제보 전화를 주셨다.
사적지의 업무는 아니었지만 서로 미룬다는 인상을 줄까봐 지적 해 주신데 대한 고마움과
확인해서 곧 시정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곧장 낙화암으로 가 보았다.
난간에 세워진 안내간판 중 일어 부분에 오자가 있었다.
落花岩을 落下岩으로 세군데나 오기되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얼굴이 화끈함을 느꼈다.
관광을 화두로 삼고 있는 지자체의 소속 공무원으로서 간판이 세워진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그런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당장에 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틀린 글자만이라도 다시 써서 붙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며칠 전 필자가 가본 바로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냥 落下岩으로 남아 있었다.
혹시라도 그 후에 그분이 다시 다녀갔다면 우이독경식인 부여군의 행정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게 바로 주민의 군정 참여일 텐데도 진정 주민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로만
'군정참여 방안'을 외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잘못된 안내간판은 비단 낙화암만이 아니다.
능산리 고분군의 일어 안내판은 초급 수준인 필자가 보아도 틀린 부분이 곧장 눈에 들어온다.
2003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역시 해당 부서에 말했더니 곧 문화재 안내간판을 일제 정비 할 계획이라며
그때 고치겠다더니만 지금껏 그대로 남아 있다.
궁녀사당 안내판은 다행히 페인트로 감출 수 있어서 필자가 두 군데를 지운 적이 있다.
한 번은 모교 교수님께서 일본 유학시절 당신의 은사님을 모시고 부여에 오신 적이 있었다. 관광을 마친 교수님께서도 안내판에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사업을 하면서 실무자들이 조금만 더 꼼꼼하게 챙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물관 앞 금동대향로가 그렇고 정림사지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그냥 흘러가는 관광을 하는 사람들에게야 문제가 없겠지만 학습을 위한 관람자에게는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믿어버릴 수 있는 대단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부여군은 문화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금년에는 세계역사도시 연맹에 가입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하였다.
어쩌면 영어권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내간판의 실수쯤이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관광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면
그냥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관광 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안내간판의 전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다보면 더 큰 것 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7.1.4 www.bytoday.com 부여투데이. 2007.1.18 21c부여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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