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까지만 해도 줄기차게 쏟아지던 비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머지고 퇴근길엔 쨍하니 해가 떴다.
모처럼 만나는 햇볕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눈이 부시다.
백제교를 건너는데 먼 산 봉우리에 걸쳐 있는 흰구름이 무척이나
아름 다웠다.
마음이 설레인다, 마치 처음 보는 광경처럼.
어디를 가야 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생각 해 낸 곳이
임천 성흥산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임천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느라 한 참을 헉헉 거리며 마침내 사랑나무가 서 있는 성흥산(가림성) 꼭대기에 이른다.
언제나처럼 넓게 펼쳐진 풍광이 시원스레 가슴에 와 닿는다.
아까 보았던 뭉게 구름은 그 새 어디로 사라지고 해가 서산 가까이 다가가 있다.
광장에는 아무도 없고 까마귀떼 울음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려와
을씨년스럽다.
하기야 이 물난리통에 사진 찍겠다고 온 내가 이상한 사람이지!
비 젖은 계곡에서는 뿌연 안개가 피어 오른다.
내 청춘을 보냈던 곳, 임천. 아련한 추억들이 저 안개처럼
떠 올라 한 참을 서 임천 시가지를 내려다 보았다.
사진을 찍다 보니 저 멀리 익산쪽에서 무지개가 피어 올랐다.
와우! 이런 행운이---
내일은 복권을 사야겠다. ㅎ
어떻게 해야 아름답게 담을 수 있을까 찍고 또 찍어 보지만
역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하늘은 요술을 부리듯 시시각각 변한다.
그런데 해가 사랑나무쪽으로 지는 게 아니라 훨씬 북쪽으로 치우쳐
넘어가고 있었다. 계절에 따라 다른 것을
부여에 살면서 그것도 모르고 노을 풍경을 기대했다니
참으로 바보스럽다.
땅거미 지는 산 위에 혼자 있으려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 보다, 겁이 많아진 걸 보면.
그래도 내려 오면서 가림성을 배경으로 한 컷 더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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