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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부여를 만들기 위하여

서해안 나그네 2012. 1. 10. 00:22

부소산 반월루에서 바라다 보이는 부여의 시가지는 참 아름답다.

 

바둑판처럼 잘 짜여진 아늑한 시가지와 시원스레 펼쳐진 들녁,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흘러가는 강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을 잊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성왕이 백제 중흥의 큰 뜻을 품고 사비천도를 감행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이런 기분도 잠시뿐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인도 겸 자전거 도로는 내놓은 물건들로 막히기 일쑤이고 어느 지역은 아예

주차장처럼 늘 차가 주차되어 있어 좀 위험하긴 하지만 차라리 차도로 다니는 게 속편할 때도 있다.

 

또 어느 곳은 노점상들이 아예 인도의 진입로를 막고 있어 진입하기조차 힘들다.

 

한때 생계형 노점상에 대해서는 단속을 완화 한다는 발표 이후 관계 기관이 단속의 손길을 뗀 나머지

부여 지역에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위생적인 면을 차치하고라도 주위가 항상 불쾌하게 젖어있고 내놓은 음식쓰레기에서는 악취가 풍겨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한다.

 

다른 곳도 예외는 아니지만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정림사지 방향으로 난 길은 어디까지가 상가이고 어디까지가

주차장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정작 통행자는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공공질서 역시 내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큼 남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법, 이제는 자신의 욕심을 조금씩

누그러트리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상가 앞의 주차 공간을 내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을 위해 비워두고 고객은 또다른 고객을 위해 바로바로 자리를

비워주는 미덕을 가져보자.

 

도로에까지 쌓아놓은 물건들을 이제는 한발짝만큼이라도 안으로 들여놓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

습관을 가져보자.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하는 노점상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 누가 보더라도 양심적이라는 판단을

갖도록 하자.

 

무심코 뱉은 침 한 방울, 내가 버리고 간 쓰레기 한 조각이 남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도록 하자.

 

인구 8만 5천여 명의 작은 도시 부여.

 

그러나 소도읍 치고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도로망이 잘 되어있고 훌륭한 도시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정녕 본래의 도로 모습은 되찾을 수가 없는 것일까.

 

진정한 관광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은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중의 하나가 공공질서의 준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 우리 모두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양심의 파수꾼으로 거듭나 보자, 살기 좋은 부여를 만드는 그날까지.

 

 

        <2004. 6월 부여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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