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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이 군대가던 날

서해안 나그네 2012. 2. 23. 23:19

 

7월 16일.
우리들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가비와 합류하기로 한 용산역을 향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대현인 아내 옆에 앉아서몇시간 후면 사용하지도 못할 핸드폰을 가지고 여기저기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전화를 주고 받기도 하면서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괜찮다고는 하지만 말 못하는 그 속이야 오죽할까.
나같이 매정한 사람도 고향의 오두막집을 몇번이고 뒤돌아 보며 떠났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이따금씩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붉어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차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용산역에서 의정부까지는 전철로 한 시간 가량이 걸렸다. 의정부에 내리자
대현이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청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어 그야말로 부대가
눈앞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탔다. 굵어진 빗줄기에다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3.5km 거리를 30분 가까이 달려야 했다.

306보충대 입구에서 내려 수많은 인파속에합류했다. 길 옆으로 전자시계며
신발창 등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더욱 소란스러웠다. 군대가는 풍속도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하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병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운집 해 있었다. 입영장정이 800명이
넘는다고 하니 따라온 가족들까지 하면 엄청난 수의 인파가 몰린데다, 우산까지
펴들었으니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다행히 대현이의 친구를 쉽게 찾았다. 같은 부대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어 마음이 좀 놓였다.

우천 관계로 간단한 대대장의 인사로입영행사를마치고 장정은 체육관으로 입실하고
가족들은 돌아가 달라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잘 갔다올께" 참았던 눈물이 앞을 가리고 복받쳐 오는 서러움에 잘 다녀오라는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이, 아빠는 왜그래?" 오히려 대현이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내심 애를 썼지만 결국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착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서 군대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고맙고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이별임에도이토록 가슴 시린 이별이 될줄이야--.

수많은 인파속으로 사라져가는 대현이의 모습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고맙게도 대전에서부터 올라와준 또다른 대현이 친구와는 보충대 앞에서 헤어지고 우린
갔던 길을 되짚어 왔다. 가비와도 서울에서 헤어져 아내와 둘이서 돌아오는 길은
더욱 쓸쓸하고 착잡했다.
품안을 떠나 생활 해 온지 이미 오래이고 게다가 영영 못만날 것도 아닌데 왜이리 마음이 아픈건지.

기분도 그럴테니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넷이서 저녁겸 소주 몇 잔씩
마셨다. 2차 가자는 것을 일찍 끝내고 돌아와 샤워를 하자니 갑자기 또 눈물이 났다.
그 여린 것이 갑자기 변한 환경속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나는 이렇게 샤워도
할 수 있지만 씻지도 못하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남들도 다 겪는 일인데 내 마음은 왜 이다지도 아파오는 것인지.
앞으로 얼마가 지나야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자식 상팔자' 라는 말은 이래서 생겨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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