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우중충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모처럼 해가 났다.
어딘가 나가고픈 마음이 들면서 불현듯 외산 무량사가 떠 올랐다.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한동안 발길이 뜸했었다.
겨울을 나고 있는 사찰의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카메라를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매표를 하고 들어서면 일주문을 만난다.
입장료는 성인 3천 원인데 카드결재만 가능하단다.
극락교를 건너면 왼쪽에 김시습 시비가 있다.
전에는 시비만 있었는데 언제 세워졌는지 김시습 부도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만큼 무관심 했었단 얘기일 것이다.
우리 부여군에서는 현존하는 사찰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사찰인데---
무량사는 여느 사찰보다 좋은 점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본당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아서 헉헉거릴 일이 없다는 점이다.
걷기 싫어하는 나같은 게으른 탐방자한테는 안성맞춤이다.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였지만 인적 드문 휑한 사찰 마당에 들어서자 아직은
찬 기운을 가득 품은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보물 제356호로 지정되어 있는 무량사 극락전에는 동양 최대의 불좌상 아미타여래삼존상이 모셔져 있다.
나갈 때의 일주문 현판이 "광명문"이다.
부처의 세상에 있었으니 마음의 광명을 얻어 나가라는 뜻인지--
무량사 근처 무진암 입구에 김시습 부도탑이 원래부터 있어왔다.
시비옆에 세워진 부도탑과 모양이 같은 걸 보면 그 곳에는 상징적으로 하나를 더 만들어 세운 게
아닌가 싶다.
생육신 김시습은 단종의 죽음을 목격한 후 유학자의 길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하여
이곳 무량사에서 말년을 보냈다.
1493년(성종 24) 김시습이 사망하자 승려들이 그의 영각을 짓고 초상을 봉안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김시습 영정을 모신 사당이 경내에 있다.
근처 홍산면 교원리에는 지역의 선비들이 김시습의 풍모와 절개를 사모하여
사당을 짓고 청일사라 이름하였는데 지금도 매년 그를 추모하는 제를 올리고 있어
나도 홍산면장 재직시절 제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부도탑 위로 소나무 한그루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찰 입구의 사하촌.
산채 비빔밥이 유명한 식당들이 있는데 유홍준 교수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되었을 당시에는
많은 손님들로 붐비던 곳이다.
'부여의 요모조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의 고향 궁남지 (0) | 2023.03.05 |
---|---|
부여 금강 백제보 (0) | 2023.02.27 |
제2회 부여군 공동체 한마당 (0) | 2022.12.21 |
제68회 백제문화제 개막식 불꽃놀이 (0) | 2022.11.23 |
제68회 백제문화제 개막공연-백제 여전사 계산공주 쇼케이스(드론 라이팅) (0) | 2022.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