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원들과 저녁식사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정년을 앞두고 공로연수 들어가는 면장에게 밥 한끼 사주려는거겠지 생각하고
약속 장소인 내산 소담으로 향했다.
지정해준 시간에 도착했지만 직원들이 준비가 덜 되었다며 주위 산책 좀 하고 오란다.
지혜, 나영 주무관이 함께 동행했다.
뭔가를 꾸미고 있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지만 물어볼 수도 없어 셋이서 식당 주위를
거닐었다. 그러나 어두운 밤이고 날씨도 쌀쌀할뿐만 아니라 마땅히 거닐만한 곳도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직원들이 할 수 없다며 방안으로 들어오란다.
방에 들어오는 순간 "아! 이럴수가!"하는 감탄사를 삼켜야 했다.
(이 현수막은 아내가 자기 방에 걸어놓았다)
벽에는 이런 현수막과 소품으로 장식되어 있고 빔 프로젝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함께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전근 간 직원들까지 함께 해 주어서 더욱 고마웠다.
화면에 함께했던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복받치는 감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행사지만 보아도 직원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나의 손 발이 되어 열심히 뛰어준 직원들.
칭찬은 내가 받으면서도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이런 추억까지 만들어 주다니!
나는 그 날 40년 공직생활 중 받은 그 어느 상 보다도 마음에 와닿는 값진 상을
세개나 받았다. 어찌 행운아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수상 소감을 말 하라는데 말문이 막혀 나오질 않았다.
벅찬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직원들이 내 이름 석자로 지은 삼행시 추첨도 있었다.
어떻게 삼행시까지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하나하나가 감동적이어서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에는 평소 어른들 앞에서 자주 부르던 '사랑의 이름표'까지
합창으로 불러줄 때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소담에서 식사를 마치고 부여로 나와 맥주 한 잔씩 나누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상품으로 받은 모자인데 오늘은 꼭 쓰고 다니라는 직원들의 말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밤 새 쓰고 다녔다.
아침에 출근 할 때면 언제나 밝게 웃어주던 아름다운 얼굴들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 어찌 이들을 잊을 수가 있을까,
나의 소중한 자산이요 보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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