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 낙안읍성(25.04.09)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 곳을 보고나면 시간이 어정뜨다.
귀가길에 거쳐갈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가 낙안읍성을
생각 해 냈다.
송광사에서 낙안읍성으로 넘어가는 조정래길이며 선암사길도
온통 새 하얀 벚꽃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산들도 마치 녹색의 도화지에 붓으로 흰 물감을 뿌려 놓은듯,
흘러가던 흰구름 조각들이 바람에 흩어져 내린듯 군데군데 물들어 있다.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그러면 저 아름다운 꽃잎들도 속절없이 떨어져 버리겠지.
오늘 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이 41년 여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 백수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홀로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살아온 인생은 보상을 받아야 할 만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일도, 남들로부터 추앙받을 만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량은 매한가지,
단지 인복은 있어 항상 좋은 분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별 탈 없이 잘 살아오고 있는 것 같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아마도 후문인 모양이다.
아주 작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자 바로 출입구였다.
낙안읍성은 그래도 자주 와 본 곳이라서 간단하게
둘러 보기로 하였다.
아마도 이 은행나무가 남내리 마을 유래에 나오는 은행나무인 것 같다.
낙안읍성 객사
객사 안에서는 공연도 하는 모양이다.
많은 의자들이 출입문쪽에 쌓여 있고 구조물들이 세워져 있다.
객사 담벼학에 홍매화가 아직도 피어 있다.
이 곳도 무대로 쓰여지는 공간인 듯---
이제 동헌안으로 들어간다.
동헌에서 이 쪽문을 지나면 내아가 나온다.
소박한 내아의 장독대
내아에 한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는데 사진 찍히는 게
불편하신지 계속 고개를 숙이신다.
이렇게 해서 계속되는 이번주 남도여행을 끝마쳤다.
돌아오는 길이 낯 익다 싶어 자세히 보니 금둔사 앞을
지나고 있었다.
작년에 영미쌤과 미완씨랑 셋이서 금둔사 납매를 보러 왔다가
광양 매화마을까지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올랐다.
추억은 역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