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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사랑하자

서해안 나그네 2012. 2. 23. 23:14

 

기업하기 좋은 여건으로는 발달된 도로망, 풍부한 노동력, 투자하기에
부담이 덜 가는 저렴한 땅 값, 그리고 각종 규제 완화와 행정의 원활한 지원
등을 우선적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지역 주민의 기업정서이다.

그러나 부여군의 경우 이들 중 어느 것 하나 떳떳하게 내세울만한 게 없다는 것이 기업 실무자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도로 등 사회 기반시설이야 국가 재정 지원과 같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잦은 민원 제기로 기업을 괴롭히는 현상은 지역민이 조금만 더 기업을 이해 하려는 노력을 가진다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아쉬움을 안겨 준다.
기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단지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런 집단만은 아니다.

물론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 환경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어느 공장이든지 규정을 어겨가며 영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지역에 나름대로 봉사하려는 기업 마인드를 다 가지고 있다.

과거 우리는 양화면의 동방아그로와 왕포리 하수종말처리장의 뼈아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결국 시간 낭비와 지역 이미지만 나빠졌을 뿐 그 시설로 인한 피해 상황은 아직 없었다. 오히려 데모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그 회사의 종업원으로 일하는가 하면 나름대로 지역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업이 들어서기도 전에 막연한 예측만으로 반대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한 두 사람의 개인적 이해 관계가 발단이 되어 마을 전체의 민원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심지어는 공업용수가 부족하여 개발한 관정을 수량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다가 소위 발전기금을 받고서야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다.
불법 쓰레기를 매립했다하여 몇 번씩 공장 바닥을 파헤쳐야 했던 기업도 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고 뒤지다 보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걸리게 되고 그럴 때 마다 근거 없이 고자질 하는 민원인과 고압적인 단속 공무원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말로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환경사범과 같은 경우라면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개인의 사소한 이해관계에 따른 민원까지 원칙론으로 감내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여군에서는 내로라하는 기업들마저 이러한 단순 민원과 그 민원에 덩달아 춤추는 일부 언론의 추태, 그리고 규정만을 앞세운 단속행정에 골치 아파본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더러워서 기업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까.

서두에서도 언급 하였듯이 부여군내에 있는 기업은 타 지역에 비해 과다한 물류비가 들어가는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다.
기업유치 홍보 차 타 지역의 기업을 방문하여 아무리 좋은 조건을 다 들어가며 홍보를 해도 기업 이전지로 부여를 생각하고 있는 기업인은 한 사람도 없다. 그만큼 기업 여건이 아직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이고 보면 부여군의 기업유치 활동은 암벽등반을 해야만 할 형편인 것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악조건을 무릅쓰고 부여군에 와서 기업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모여들게 마련이고 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바로 기업이다. 그만큼 기업은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하고 그 지역의 명성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오늘날 모든 지자체들이 기업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군도 여기저기 입지를 직접 알아보려고 동분서주하는 군의회 의원이 있는가 하면, 군수나 부군수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부여군으로 오십시오"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투자유치 촉진조례를 만들어 기업유치를 꾀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어느 분은 인구 감소 현상이 지자체 공무원의 무능 내지는 노력부족에 기인한다고 말씀 하신다. 굳이 변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다르다. 군 의회나 집행부 그리고 대다수의 군민들이 기업 유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력 해 가고 있다.

오히려 2년여의 기업유치 실무 경험으로 보면 일부 지역에서의 주민 의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돌이켜 볼 일이다.

언제나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시책은 관 주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업유치 역시 기업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상생의 원칙이 확산되지 않는한 요원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부여에 가면 신나게 기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도록 기업인을 존중하고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2007.5.24 21c 부여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