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이 대표라고?(6)
현직에 있을 때 가장 하기 싫은 일 중의 하나가 직원들 근무평정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의 자리란 게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것도 아니거니와
수시로 발령에 의해서 옮겨 다녀야함은 물론 개인 회사처럼 영업실적과 같은
객관적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업무 성격이 다른 개개인을 평가하여
서열을 정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줄을 세워야 하는
심정은 그래서 늘 찝찝하고 괴로웠다.
때문에 마음속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웠었는데 특별한 공적이 있거나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직원이 아니라면 경력순, 일의 경중도, 조직내의 화합 및
대민행정에 있어서의 주민 반향 등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하였다.
그런데 퇴직 후 잠시 근무했던 곳에서도 직원들 근무평정을 해야하는
직책을 맡았었는데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우수 직원으로 평가한 직원들을 대표이사라는 자가
두 등급이나 낮게 평가 한 것이었다.
내 나름대로 예전의 기준을 적용,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작성한 평정서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사유가 자기 보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 직원들이 비서직으로 채용된 것도 아니고
엄연히 본연의 업무가 있음은 물론, 평소 특별하게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도 없었다.
단지 비상임대표이사이면서 이따금씩 얼토당토 않은 일들로
소위 꼰대 노릇을 하려다보니 직원 모두가 거리감을 두고
있었던건 사실인데 아마도 그게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대부분 확인자는 평정자가 기록한 사항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유가 될 수 없는 개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서술하여
등급을 두 계단이나 깎아 내리는 사례는 40년 넘는 직장 생활에서는
경험 해 보지 못한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었다.
이 사실을 인지한 직원들이 가만 있을리 만무했다.
그는 강력한 항의를 받자 곧장 두 손을 드는 나약함을 보였다.
등급은 원위치 되었다지만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 직원들의 사기는
많이 저하 되었을 것이며, 그들 마음속의 거리감 또한 더욱
멀어졌을 것이다.
또한 나의 근무평정자는 바로 이 대표이사였었는데
나 역시 낮은 등급을 받았다.
이유인즉 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하는 짓이 유치원생만도 못하다"는
말로 자기를 망신 주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은 창피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느낀 사실대로 말한 것이었다.
행정사무감사를 받게 된 것도
그가 모 의원과 모사를 쳐 나를 어렵게 하려던 의도였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기회를 즐기는 사람이었기에 추호도 거리낄게 없었다.
직원들이 억울하지 않느냐며 이의 제기 할 것을 권유 하였지만
내가 승진할 것도 아니거니와 계약기간 끝나면 떠날 사람인데
평점에 연연하여 그런 사람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런 사람한테 평가를 받도록 되어있는 잘 못 된 시스템이
아쉬울 뿐이었다.
행정의 '행'자도 모르는, 시중에서 영업이나 하던 사람(사람을 무시하는 건
결코 옳은 일은 아니지만 이 사람과 지내 본 경험으로 나는 이 사람을
무시하는데 있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이
어쩌다 비상임 대표이사라는 자리에 앉게되자,
무슨 큰 벼슬이라도 얻은 양 이런저런 갑질로 꼰대 노릇을 하려하니
요즘 어떤 젊은 직원들이 그걸 받아 주겠는가.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덕망으로 사람들을 스스로 모여들게 한다.
감투로 아랫사람을 억압하고 위세를 부리려 한다면, 언제나 홀로 남게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아직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